지난달 30일 오후 6시 서울 양천구 소재 법인택시 A사 차고지. 차량 50대가량이 차고지에 남아 있었다. A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에는 택시 기사가 약 250명이었는데 이제 절반으로 줄었다”며 “차량 60대를 말소시켰는데 그나마 남은 택시도 장사가 안 돼 절반이 쉬는 중”이라고 했다.
최근 1년 동안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택시대란’을 해결하겠다며 기본요금을 올리고 심야할증 시간을 늘렸지만 정작 법인택시는 고사 위기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요금 인상으로 승객이 줄고 전액관리제 실시 등 택시제도가 바뀌면서 배달업계 등으로 떠난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2019년 말 3만527명에 달했던 법인택시 기사 수는 올 8월 기준 2만150명으로 3분의 1이 줄었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법인택시 중 실제 운행하는 비율은 30% 안팎”이라고 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 9월 서초구에 있는 한 법인택시 업체 대표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매년 수억 원의 적자가 누적돼 최근 3개월은 기사들이 월급도 못 받았다”며 “현재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전국적으로도 법인택시 폐업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에선 중견 택시업체였던 대도택시와 금륜산업이 연달아 문을 닫았고 택시 50여 대를 보유한 A사도 지난달 26일부터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광주에서도 최근 한 택시 회사가 폐업한 후 인수자를 찾지 못해 아예 면허가 취소됐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법인택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음식 배달이나 택배로 옮겨간 택시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보수가 낮고 근무 강도가 센 택시 업계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남은 기사 10명 중 7명은 환갑을 넘긴 노년층”이라고 했다. 법인택시 무사고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개인택시 면허를 줬던 제도가 2021년 사라진 것도 기사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법인택시 업계가 무너질 경우 승객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개인택시는 운행 여부가 개인에게 맡겨져 있어 안정적으로 교통 수요를 뒷받침하기 어렵다”며 “법인택시 업체들이 문을 닫은 후 코로나19 같은 사태가 재발하면 택시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택시기사 급여 체계 현실화 등의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박경민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 수료 김송현 인턴기자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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