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줄고 택시기사도 떠나…법인택시 폐업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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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지금 차량이 활발하게 다녀야 하는 시간인데 절반이 나가지도 못했어요.”

지난달 30일 오후 6시 서울 양천구 소재 법인택시 A사 차고지. 차량 50대가량이 차고지에 남아 있었다. A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에는 택시 기사가 약 250명이었는데 이제 절반으로 줄었다”며 “차량 60대를 말소시켰는데 그나마 남은 택시도 장사가 안 돼 절반이 쉬는 중”이라고 했다.

최근 1년 동안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택시대란’을 해결하겠다며 기본요금을 올리고 심야할증 시간을 늘렸지만 정작 법인택시는 고사 위기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요금 인상으로 승객이 줄고 전액관리제 실시 등 택시제도가 바뀌면서 배달업계 등으로 떠난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2019년 말 3만527명에 달했던 법인택시 기사 수는 올 8월 기준 2만150명으로 3분의 1이 줄었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법인택시 중 실제 운행하는 비율은 30% 안팎”이라고 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 9월 서초구에 있는 한 법인택시 업체 대표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매년 수억 원의 적자가 누적돼 최근 3개월은 기사들이 월급도 못 받았다”며 “현재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전국적으로도 법인택시 폐업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에선 중견 택시업체였던 대도택시와 금륜산업이 연달아 문을 닫았고 택시 50여 대를 보유한 A사도 지난달 26일부터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광주에서도 최근 한 택시 회사가 폐업한 후 인수자를 찾지 못해 아예 면허가 취소됐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법인택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음식 배달이나 택배로 옮겨간 택시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보수가 낮고 근무 강도가 센 택시 업계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남은 기사 10명 중 7명은 환갑을 넘긴 노년층”이라고 했다. 법인택시 무사고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개인택시 면허를 줬던 제도가 2021년 사라진 것도 기사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법인택시 업계가 무너질 경우 승객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개인택시는 운행 여부가 개인에게 맡겨져 있어 안정적으로 교통 수요를 뒷받침하기 어렵다”며 “법인택시 업체들이 문을 닫은 후 코로나19 같은 사태가 재발하면 택시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택시기사 급여 체계 현실화 등의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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