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임을 알리는 노란 낙엽들로 뒤덮인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산책로에 커다란 비석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대공원이 1995년 동물원에서 폐사한 동물을 애도하기 위해 세운 ‘동물위령비’다. 위령비 뒤편에 새겨진 이 문구는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추억을 안겨줬던 동물들을 기리기는 의미를 담고 있다.
1일 이 동물위령비 앞에 서울대공원 사육사와 직원들이 ‘동물위령제’를 지내기 위해 모였다. 제삿상에는 건초, 소고기, 생닭, 생선, 배추 등 육식동물과 초식동물들이 생전 좋아했을 법한 먹이가 골고루 차려져 있었다.
동물원에서 세상을 떠난 동물 중에는 사육사들이 잘 돌봐 기대수명 이상을 살고 떠난 동물도 있지만 질병과 사고로 폐사하는 동물도 있다.
“맹수팀에서 랫서팬더를 담당하며 ‘상큼이’ 너를 처음 만나게 되었지… (중략) 너는 아픈 모습을 내색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 너의 건강이 걱정이었지… (중력) 네가 지내왔던 공간을 보며 항상 마음속에 너를 간직할게. 너의 마지막 친구가…”
이곳에서 19년을 지낸 랫서팬더를 떠나보낸 이재성 사육사가 추도문을 낭독하는 목소리에는 그리움과 미안함이 묻어났다. 올해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세상을 떠난 동물 중에는 유럽불곰 포근이, 시베리아호랑이 청이, 점박이하이에나, 사불상, 표범 등도 있다. 참석자들은 헌화와 묵념으로 엄숙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서울대공원 김재용 원장은 “동물위령제를 통해 사육사와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물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추억해보고, 멸종위기야생동물 등 생명의 존엄성과 소중함에 대해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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