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최근 강력사건을 언급하며 폐쇄회로(CC)TV를 늘려 달라고 합니다. 저희도 늘리고야 싶죠.”
서울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연이은 강력범죄에 대응해 CCTV를 늘릴 계획이 있는지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세수가 줄면서 구 내부에선 예산을 아끼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본보가 보도한 ‘도심 CCTV 치안 천차만별’ 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서울 자치구 관계자들은 현재보다 CCTV를 늘려야 하며, 동시에 일반 CCTV를 지능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모두 동의했다. 또 CCTV 설치가 자치구 소관 사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방범용 CCTV를 1곳에 설치하는 데 평균 2500만 원이 드는데, 지능형인 경우 설치 비용이 3000만 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유지보수 비용은 별도인데, 지능형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무리해서 CCTV를 늘릴 경우 유지보수 및 지능형 전환 비용이 함께 늘기 때문에 자칫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올 수 있다. 서울 자치구 중 CCTV가 가장 많은 강남구(7243대)가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쓴 유지보수 비용만 172억 원 이상이다. 한 자치구 담당자는 “우리는 CCTV 수도 적은데 대수를 늘릴지, 지능형으로 먼저 전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선순위를 좀 알려 달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CCTV를 설치할 경우 해당 지역 범죄를 예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인접 지역으로 범죄가 옮겨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CCTV가 부족한 지역으로 범죄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문화·사회·경제 인프라가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재정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우범지대화되는 건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국가안전 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모든 공공 CCTV를 지능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예산에 대해선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시 내세운 비전은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이었다.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 주민 역시 안전한 일상을 누려야 한다. 자치구에만 맡겨놓는 대신 이제 정부에서 CCTV 인프라 강화 계획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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