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맨발로 뛰어다니던 실종 아동을 한 운전자가 무사히 구조했다.
지난달 31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같은 달 4일 오후 5시 52분경 대전톨게이트 인근 고속도로에서 찍힌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제보한 A 씨에 따르면 당일 그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6~7세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맨발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이는 쌩쌩 달리는 차들의 바로 옆에서 걸으며 점프하기도 했다.
놀란 A 씨는 곧장 비상등을 켜고 아이를 따라가며 112에 신고했다. 신고 후에는 갓길에 차를 세운 뒤 아이를 구하러 달려 나갔다.
A 씨는 아이를 도로 밖으로 데려가려 애썼지만 아이는 주저앉으며 버텼다. 잠시 후 A 씨는 간신히 아이를 안아 들고 도로를 벗어났다.
A 씨는 아이에게 나이와 이름 등을 물었지만 아이는 고함을 지르고 몸부림을 쳐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는 아이가 또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몰라 경찰이 올 때까지 약 8분간 아이 뒤에서 꼭 안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경찰에 아이를 인계한 A 씨는 집으로 돌아온 후 지구대로부터 “실종신고가 접수돼 있었다. 아이 부모님이 지구대로 오셨고 아이는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A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 놀라서 손발이 떨렸다”며 “제가 가장 사랑하는 조카와 또래여서인지 아이를 처음 발견한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를 안고 있는 내내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A 씨에게 “혹시 아이에게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나”라고 물었고, A 씨는 “자세한 사연은 모르지만 저도 경찰분도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상적인 대화가 어려웠고 모든 언어와 행동이 미숙했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A 씨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며 그에게 반광점퍼와 페달 박스를 선물하겠다고 밝혔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도 “아이만 구조한 게 아니라 혹시 모를 사고를 낼 뻔한 운전자까지 살린 것”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영웅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A 씨를 칭찬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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