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 혐의…참사 때 구조 실패
1·2심 무죄…대법 "법리오해의 잘못 없어"
416연대 "몇명 죽어야 죄가 있다는 거냐"
"이태원참사도 국가 책임 없단 절망 안겨"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조치 미흡으로 탑승객들을 구하지 못한 혐의가 적용된 전 해양경찰청 관계자들에게 무죄가 확정된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은 “참사 발생 시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절망을 안겨줬다”며 반발했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등은 2일 오전 10시54분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지휘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않아도, 생명이 무고하게 희생돼도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오전 10시10분부터 대법원 제1호법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관계자 11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모든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일말의 희망을 산산히 부숴버리는 대법원 판단에 대해 유가족으로서, 국민 한사람으로서 너무나도 비통스럽고 고통스럽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300여명의 국민을 구조하지 않고 죽여도 죄가 없다고 한다면, 대체 어떤 잘못을 저질러야 몇명이 죽어야 죄가 있다는 것이냐”라고 분개했다.
이미현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장도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시민들에게 ‘참사가 발생해도 자신의 생명과 안전은 알아서 지켜라, 참사를 당하는 것은 너의 잘못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이대로 계속 가서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져야 우리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지 참담하다”고 전했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상임활동가도 “이번 판결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묻지 못한 것만이 아니다”라며 “이태원 참사 등 앞으로 또 벌어질 수 있는 재난 참사에 대해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절망을 안겨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더라도 해경 지휘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증거 추적 등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관계자 11명은 2014년 4월16일 참사 당시 최대한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업무를 맡았음에도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세월호 승객 30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142명을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에서는 김 전 청장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퇴선 명령과 관련한 허위 자료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은 각각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당시 검찰은 이들이 당시 세월호 현장 상황을 지휘·통제해 즉각적인 퇴선을 유도하고 선체 진입을 지휘해야 했지만, 이 같은 구조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호조치에 미흡했던 상황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해경 차원의 문제이고, 김 전 청장 등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무상과실치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승객들의 사망이 예상되는 가운데 충분히 대피 조치가 가능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점이 입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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