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세계 각국이 말려드는 모양새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해 전쟁 2단계를 선포하고 본격적인 지상전에 돌입하자,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해 오던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참전으로 협박 중입니다. 이집트와 러시아, 중국과 사우디까지 얽혀 휘말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국내 정치까지 출렁거립니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두고 여론이 갈라집니다. 일부 진보주의자들과 인권단체들은 가자지구가 직면한 인도적 위기를 놓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사진)이 말로만 평화 운운한다며 강하게 비판합니다. 그들은 당장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끊고, 휴전을 강제하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반면 일부 보수주의자들과 유대인 단체들은 이스라엘에 충분한 지지를 보여주지 않는 바이든을 규탄합니다. 그들은 바이든이 네타냐후 총리와 여러 차례 통화를 해 휴전을 촉구한 것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거꾸로 하마스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달 18일 바이든은 8시간의 짧은 일정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가자지구 중심의 한 대형병원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난 다음 날이었습니다. 수백 명의 무고한 생명이 죽은 이 참사를 두고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측은 서로의 소행이라고 우기는 상황입니다. 바이든은 이날 이스라엘과는 무관한 참사이며 가자지구 내 테러 그룹의 로켓 오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중동 지역은 물론이고 미국 내 무슬림을 비롯한 진보 단체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물론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에서 경합지로 불리는 미시간주에서 15만 표 차이로 이긴 바 있습니다. 출구조사에 의하면 10만 표가 무슬림 표였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가 이슬람 국가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 때문에 미국 내 무슬림들이 분노해 오로지 트럼프를 떨어뜨리기 위해 바이든에게 표를 던졌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런 무슬림들의 지지는 결국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는 데 한몫했다는 평입니다. 그런데 내년 11월로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든은 자국 내 무슬림들로부터 “대놓고 이슬람을 차별한 트럼프와 뭐가 다르냐”는 성토를 받고 있습니다.
지지율에서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편드는 게 차기 대선에서 득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래저래 바이든은 지금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더 이상 확전되는 걸 막고 빠른 시일 내 평화를 정착시키는 건 인류 전체의 숙제입니다. 그리고 바이든은 누가 뭐래도 세계 최강대국의 지도자입니다. 세계의 눈이 바이든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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