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형 명의 도용하며 수사기관 추적 피해
지문비교 통해 미집행자 검거…궁상문-와상문 비교
휴대전화 대신 공중전화 기록 추적한 검거 사례도
“자유형 미집행자를 잡으러 전국을 돌아다닌다.”
전국 일선 검찰청에서 자유형 미집행자를 추적하는 수사관 130여명이다. 이들은 지역과 국경을 넘나드는 미집행자들을 검거하러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다.
체포영장도 없고, 호신용 무기도 부족하지만 ‘끝까지 쫓는다’는 일념으로 자유형 미집행자를 찾아 다닌다.
◆쌍둥이 형 명의 도용…현장서 ‘궁상문 vs 와상문’ 지문 비교해 검거
울산지검은 유사석유 제조·판매업자 A씨를 지난 8월 검거했다. A씨는 지난 2011년 유사석유 제조 및 판매 사건 당시 도주했고, 2017년 기소됐다. 재판부는 2023년 궐석재판으로 A씨에게 2년형을 확정했다.
울산지검 수사관들은 A씨를 검거하기 위한 조사 단계에서 A씨가 자신의 운전면허 사진에 쌍둥이 형 B씨의 주민등록 사진을 도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통상 주민등록증이 운전면허증보다 먼저 나온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 사진이 다른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고, 주변 정보를 취합해 쌍둥이 형의 존재를 알아낸 것이다.
수사관들은 A씨가 쌍둥이 형 행세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리고 A씨의 요양급여내역과 병원진료 기록을 조회할 때 쌍둥이 형 B씨의 기록도 함께 요청했다. 그 결과 6개 병원에서 B씨의 명의로 진료받은 내역을 발견해냈다.
수사관들은 해당 병원들에 협조를 구하고 환자의 연락처 및 거주지 등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전화번호 2개가 번갈아 기재됐던 것을 확인했고, 해당 번호의 통화내역 등을 분석해 A씨의 거주지를 특정할 수 있었다.
A씨의 거주지를 특정했지만, 미집행자들에게는 영장을 청구할 수 없어 자택으로 진입해 검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또 A씨를 검거하더라도 쌍둥이 형 행세를 할 경우 강제 연행할 방법이 없는 점도 문제였다.
이 때 한 수사관이 지문을 통한 식별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의경으로 근무했을 당시 지문을 통해 신원확인을 했던 것을 떠올렸고, 이를 통해 A씨의 지문과 쌍둥이 형 B씨의 지문이 각각 ‘와상문’, ‘궁상문’으로 다른 것을 확인했다.
궁상문의 특징은 손가락 끝의 한쪽에서 시작된 융기선이 모두 다르게 흐르는 것으로, 결코 원래 시작된 쪽으로 되돌아오는 법이 없다. 반면 와상문은 적어도 1개의 융기선이 시작한 쪽으로 되돌아올 뿐 아니라, 나선상 소용돌이를 만드는 모습도 보인다.
이후 수사관들은 거주지 밖으로 나오는 A씨에게 신분확인을 요청했고, 쌍둥이 형인 B씨의 성명 등 인적사항을 주장하던 그에게 와상문과 궁상문의 형태를 비교시킨 후 최종 검거할 수 있었다.
당시 검거에 참여했던 수사관은 “적법하게 검거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의경 시절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하면 지문 번호가 있던 것을 기억해냈고, A씨와 쌍둥이 형 B씨의 지문이 다른 것을 확인했다”며 “현장에서 지문 형태가 다른 점을 이야기했고 무사히 집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년 간 5대 휴대전화 돌려쓰며 도주…통화기록 분석해 검거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지난 8월 사기로 3년6개월형을 선고받은 후 도망다니던 자유형 미집행자 C씨를 검거했다.
C씨는 정부의 지하자금 활성화 정책을 담당한다고 속이고 3억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재판 중이던 2022년 2월 코로나19에 감염돼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치료 목적으로 외부로 나갔다 그대로 도주했다.
C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1년여 간 5대의 휴대전화를 수시로 정지·해지하는 방법으로 추적을 피했다. 검찰에서도 당장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를 특정할 수 없어 추적에 애를 먹었다.
고양지청 수사관들은 5대 휴대전화에서 미집행자의 통화내역과 미집행자가 통화했던 상대방들의 통화내역도 함께 분석했다. 그러던 중 상대방들의 통화목록에서 같은 유선전화번호를 발견했다.
수사관들은 해당 번호가 의정부 일대 공중전화 번호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들은 C씨가 해당 공중전화를 이용해 상대방과 통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의정부 지역 공중전화 3곳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후 수사관들은 해당 지역의 폐쇄회로(CC)TV 분석과 공중전화 통화기록을 조회했다. 특히 공중전화의 경우 사용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C씨의 동선 파악에 용이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 결과 CCTV를 통해서는 C씨가 의정부역 지하상가 일대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확인했다. 또 공중전화 통화기록에서는 C씨가 지인과 통화 직후 인근 찜질방에 전화한 사실을 파악했다. 결국 수사관들은 해당 찜질방을 C씨 은거지로 특정, 검거했다.
당시 검거에 참여한 한 수사관은 “미집행자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위치추적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대부분 휴대전화를 꺼둔다. 기본적으로 도망가자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검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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