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24·여)에게 “교화 가능성이 없고 사회에서 영원한 격리가 필요하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최근 강력 범죄가 이어지자 검찰은 올해만 최소 15명의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하며 ‘엄벌주의’ 기조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6일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유정에 대해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계획적이고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하고도 반성하기보다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정 씨는 올 5월 26일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정유정은 준비해 온 쪽지를 꺼내 들고 “저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께 죄송하다”며 “사회생활에 대비해 중국어 일본어 등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사회에 돌아가면 법을 지키며 살겠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올해 1~9월 1심 선고가 난 사건 중 12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정유정 등 1심 선고가 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최소 15명 이상에게 사형을 구형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심 선고 사건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피고인은 9명이었다.
1심 선고 사형 구형 대상은 2019년(16명) 이후 4년 연속 감소했는데 올 들어 강력범죄가 이어지면서 다시 늘어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만큼 구형을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검찰은 지난달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일당 4명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택시기사 및 동거녀 살해범 이기영(32) △‘신당역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32) 등에게도 사형을 구형했다. 무기징역은 가석방이 될 수 있는 만큼 사회와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법무부는 최근 대구구치소에 있던 사형수 유영철과 정형구를 사형집행장이 있는 서울구치소로 이감했고, 전국의 사형집행시설 4곳의 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등 사형 집행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다만 법원의 사형 확정 판결은 2016년 육군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 주범 임도빈 이후 안 나오고 있다. 올해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사건도 대부분 무기징역형이나 징역형이 나왔다. 이에 법무부는 흉악범에게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설사 사형 집행이 안 되더라도 사회에 풀려나 재범을 저지르는 걸 막자는 취지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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