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이정현 씨(43)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비대면 수업의 영향인지 읽고 말하는 능력이 부족한 게 눈에 띄었다”며 “영어도 좋지만 국어가 먼저란 생각에 1년여 전부터 독서학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독서학원에서 책을 주기적으로 읽어서 그런지 아들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어휘력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최근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독서를 지도하며 어휘와 논술 등을 함께 가르치는 독서학원이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저하된 언어능력과 문해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는 모습이다.
● 책읽는 습관 익히는 ‘독서학원’ 인기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독서학원. 지난달 24일 찾아간 이 독서학원에선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10여 명이 책장에서 책을 한 권씩 꺼내 읽고 있었다. ‘내가 왜요’라는 제목의 책을 골라 읽던 이모 군(9)은 이해가 안 되는 단어가 나오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과로’라는 단어가 어떤 뜻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학원 강사가 “과로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피로가 많다는 뜻”이라며 “너무 많다는 걸 뜻하는 글자가 ‘과’인데 많이 먹었다는 의미의 단어는 ‘과식’”이라고 설명했다. 학원에서 만난 이 군의 아버지 이모 씨(42)는 “집에서 독서 습관을 들이려 했는데 책장만 넘기고 이해를 전혀 못하더라”며 “책읽기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올 7월부터 독서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에서 독서학원을 운영 중인 박은희 원장(48)은 “아이의 문해력 저하를 걱정하는 학부모 문의 전화가 일주일에도 몇 건씩 온다”며 “최근 주위에도 독서학원이 계속 생겨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 발달지연 아동 4년 만에 2배로
독서학원의 주 대상은 6~10세 어린이들이다. 해당 연령대 어린이들은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언어를 활발하게 익혀야 할 시기에 코로나19를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해야 했고, 의사소통도 제한되면서 언어능력을 키울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것이다.
또 비대면 수업의 영향 등으로 일찍부터 태블릿PC를 접하면서 책 대신 쇼트폼(길이가 짧은) 동영상을 습관적으로 보게 된 어린이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기간 독서와 의사소통을 통한 상호작용이 줄면서 발달 지연도 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0~19세 발달지연 진료 환자는 2018년 6만957명에서 2022년 11만6838명으로 91.7% 늘었다.
학부모들이 독서학원을 포함한 국어 교육에 지갑을 여는 모습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올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년 대비 사교육비 증가율은 국어 13.0%, 영어 10.2%, 수학 9.7% 순으로 국어가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를 지난 만큼 어린이들의 언어능력과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정부와 학교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혜원 서경대 아동학과 교수는 “독서는 문해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며 “독서를 통해 아이가 언어 능력을 키우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승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들이려면 조력자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학생 수준에 맞는 수준별 도서를 더 보급하고, 교사들은 학생이 책을 집중해 읽을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김송현 인턴기자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임재혁 인턴기자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수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