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이것’ 높을때 치료 시작하면 간암예방 효과”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7일 10시 19분


혈액내 바이러스 수치따라 간암 위험 달라
B형간염 건보 급여기준 개정 연 3천명 예방

간암 발생 위험을 효과적으로 낮추려면 간 수치가 아닌 바이러스 수치에 근거해 B형 간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간암은 국내 중년 암 사망률 1위로, 발생 원인의 70%는 만성 B형 간염이다. 현재 B형 간염 치료제는 간암의 위험을 절반으로 낮춰주지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간 수치가 크게 상승했을 때로 제한돼 있어 국내 환자 중 약 18%만 치료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최원묵 교수팀은 만성 B형간염 성인 환자 9709명을 대상으로 간암 발생 위험을 수 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mL당 1백만 단위(6 log10 IU/mL) 정도였던 환자들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심지어 해당 환자들은 장기간의 간염 치료 중에도 간암 발생 위험도가 50% 정도 낮아질 뿐 여전히 가장 높은 위험도를 유지했다.

연구팀이 국내 5개 대학병원(서울아산병원·경희대학교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학교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B형 간염 치료를 시작한 성인 환자 4693명을 평균 7.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193명에서 간암이 발생했다. 반면 간염 치료를 받지 않은 5016명 중에서는 322명에게서 간암이 발생했다. 간염 치료는 간암 발생 위험을 전체적으로 약 5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치료군과 비치료군 모두에서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mL 당 1백만 단위(6 log10 IU/mL)인 경우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았다. 반면 바이러스 수치가 1백만 단위에서 멀어질수록, 즉 매우 적거나(1만 단위 미만) 매우 많은(1억 단위 이상, ≥8 log10 IU/mL) 환자들은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낮았다.

바이러스 수치가 1억 단위 이상에서 치료를 개시한 환자들에 비해 1백만 단위에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의 간암 발생 위험은 최대 6.1배나 높았다.

환자들의 혈액 내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1백만 단위에서 멀어질수록 즉,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수록 간암 발생 위험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간염 치료 중에도 유지된다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현재 B형 간염 건강보험 급여 기준를 보면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도 간 수치가 정상이면 치료를 시작할 수 없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간 수치가 정상이라도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간염 치료를 조기에 시행한다면 간암 발생자를 최대 6분의 1로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바이러스 수치에 비례해 간암 발생 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고, 간염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바이러스 수치가 간암 발생 위험과 관련이 없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간암을 잘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수치가 매우 높을 때(1억 단위 이상, ≥8 log10 IU/mL) 또는 상당히 낮을 때(1만 단위 미만) 간염 치료를 개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결국 간암의 위험도를 낮게 유지하려면 복잡한 B형 간염 치료 개시 기준을 혈중 바이러스 수치만을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B형 간염 치료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매우 복잡하다. 바이러스 수치가 최소 2000 단위 이상이면서 간수치(AST 또는 ALT)가 정상 상한치의 2배(80 IU/L) 이상이어야 한다.

임영석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매년 국내에서 약 1만2000명의 간암 환자가 새롭게 진단되는데, 대부분 중년 남성이다보니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가정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2000 IU/mL 이상인 성인 환자는 간 수치와 상관없이 간염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개정하면 1년에 약 3천 명, 향후 15년 간 약 4만여 명의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또 “B형 간염 치료 시기를 간염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앞당길 경우, 간암 발생을 예방함으로써 사회적인 비용 부담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점도 이미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외 B형 간염 치료지침 및 건강보험 급여 기준 개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소화기 분야 최고 권위지인 ‘거트(GUT)’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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