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은 고령층에게 암보다 무서운 질병으로 통한다. ‘현대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캐나다 의사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는 폐렴을 “인류를 죽이는 질환의 대장(Captain of the Men of Death)”이라 표현했을 정도다.
7일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1년 폐렴으로 사망한 전체 사망자 수는 2만2812명으로 암(8만2688명), 심장질환(3만1569명)에 이어 세번째다.
하루 평균 62.5명이 폐렴으로 사망하는 셈이다.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질환 사망자(2만2607명)보다도 많다.
김윤석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령 인구 증가와 의약품의 발달로 오래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노년층을 중심으로 폐렴이 중요한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65세 이상, 만성질환자, 임산부, 소아에 치명적
폐렴은 폐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주요 원인은 폐렴구균과 같은 세균이다. 증상은 발열, 오한, 기침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염증으로 폐에 물이 차면서 고열과 가래를 동반한다.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까지 염증이 침범하면 숨 쉴 때 통증을 느끼고 숨이 차게 된다.
건강한 성인은 폐렴에 걸리더라도 별다른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경증인 경우 항생제 치료와 휴식만으로도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65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국내에서 폐렴에 의한 사망자 10명 중 9명이 65세 이상 고령자로 알려졌다. 또 고위험군인 임산부나 노인·소아의 경우 폐렴에 걸리면 절반 이상은 입원 치료를 받는다.
폐렴이 특히 무서운 이유는 패혈증과 같은 중증감염으로의 진행 때문이다. 패혈증은 미생물 감염에 의해 주요 장기에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중증 패혈증과 패혈성 쇼크의 경우 치명률이 각각 20~35%, 40~6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다.
김윤석 교수는 “노인의 경우 기침, 가래 없이 숨이 차거나 기력이 없어지는 등 비전형적인 폐렴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며 “65세 이상에서 감기 증상에 고열과 기침, 가래가 3일 이상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폐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생활습관 개선, 폐렴 예방백신 권고
폐렴 발생 위험을 줄이려면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한 생활습관과 폐렴 예방백신 접종이 중요하다.
우선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평상시 외부 활동 후 손을 깨끗이 씻거나 규칙적이고 영양 있는 식사, 하루 6~8시간의 적당한 수면으로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폐렴 고위험군은 예방백신이 도움 된다. 폐렴 예방백신을 맞으면 폐렴구균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약 75%, 당뇨병·심혈관계질환·호흡기질환자 같은 만성질환자는 65~84%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폐렴 예방백신은 지금까지 밝혀진 90여 종류의 원인균 중 폐렴을 가장 잘 일으키는 13개, 23개 폐렴구균 항원을 갖고 있다. 13가 단백결합백신(PCV13)과 23가 다당류백신(PPSV23)을 순차적으로 접종하며, 13가 백신은 1회 접종한다.
65세 이전에 23가 백신을 접종한 경우, 피접종자의 상태에 따라 5년 이상 간격을 두고 1~2회 23가 백신을 재접종한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무료접종이 가능하다. 올해는 1958년생까지 무료접종 대상이다. 인플루엔자 백신과 동시 접종이 권고된다.
김윤석 교수는 “생후 2개월부터 5세 미만의 모든 소아나 5세 이상의 고위험군 소아도 전문의와 상의해 폐렴 예방백신 투여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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