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중환(중환자)은 서울아산병원으로 온다. 중환의 바다가 무엇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아산병원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모집 공고문에 담긴 문구다. 심각한 기피현상으로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미달 사태가 잇따르면서 ‘빅5’ 등 수련병원들이 이달 말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진정한 중환을 만나고 싶은가?’라는 제목의 공고문에서 “수 없이 환자를 보고, 힘들 것을 각오하고, 도전하고 싶은 응급의학과 의사를 환영한다. 한 명의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알렸다.
응급의학과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가장 처음 접하는 의료현장의 최전선으로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 병원은 최근 3년간 매년 5~6명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웠지만, 일이 고된 것에 비해 보상이 적고 의료사고 부담이 큰 필수의료의 특성상 심화되고 있는 기피 현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소아청소년과(소아과) 전공의 3명이 교육 시스템, 업무 만족도 등을 소개하는 ‘전지적 전공의 시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채용 홍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전공의들은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한 환자를 진료할 수 있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전공의로서 아주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과 교수도 “성장과 발달을 하는 환자들인 만큼 열심히 한만큼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과계에서 가장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과”라고 홍보에 힘을 보탰다. 올 하반기 의료기관 31곳에서 소아과 전공의 87명을 모집했는데 4명이 지원했고, 삼성서울병원은 1명을 충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일 ‘산부인과 전공의 생활’이라는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산부인과는 저출산 장기화, 의료소송 위험, 낮은 수가 등으로 대표적인 기피과 중 하나인 만큼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 병원 산부인과 1년차 전공의는 “산부인과의 특성상 수술 및 내과적 치료를 모두 배울 수 있다. 초음파를 보고 항암 치료도 하고 종합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타이트하지만 그만큼 역량을 키울 수 있다”며 산부인과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 병원의 올해 산부인과 모집 정원은 10명이었는데 4명이 지원해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지방에 위치한 대학병원들은 배움의 기회와 복지를 내세우며 전공의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진료 여건 격차, 생활환경 등이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지방은 필수의료 전공의 정원을 채우는 것이 더 힘들어서다. 실제 경북대병원 산부인과는 1년 중 15일(평일 기준) 휴가와 평일 24시간 당직 후 24시간 ‘휴일‘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부착했다. 지역의 산부인과와 부인종양, 생식내분비학 등을 모두 접할 수 있는 수련 환경도 장점으로 내세웠다.
수련병원들이 필수의료 전공의 모집에 적극 뛰어들었지만 만성적 미달 사태가 쉽게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96개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상반기 정원 미달·중도 이탈로 추가모집)’을 보면 필수의료과 지원율은 저조했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모집 인원 143명 중 4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2.8%에 그쳤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30명 중 1명이 지원해 지원율이 3.3%, 산부인과는 모집 인원 52명 중 4명이 지원해 지원율이 7.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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