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에 짓눌린 대입 수시]
“고교 교육과정내 출제 자체 노력
논술 사교육시장 커지는 것 우려”
“학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를 ‘더 빨리 쉽게’ 풀라며 고교 교육과정 밖의 개념을 가르쳐도 괜찮고, 대학이 내면 문제 삼겠다는 것 아니냐.”
대학들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에 대해 불만을 표한다. 이 법을 어기면 한 해이긴 하지만 입학정원 일부가 깎이는 불이익을 받고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 A대는 ‘대학에서 배우는 개념을 알면 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했다’며 공교육정상화법 위반으로 지적당했다. A대 관계자는 “문제는 분명히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했다”며 “(이런 식의 지적이라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B대는 시중에 있는 수능 관련 특강교재 여러 권에도 나온 문제를 출제했는데, 공교육정상화법 위반으로 교육부로부터 시정명령을 통보받았다. 바뀐 교육과정에서 빠진 내용이 여전히 수능 교재에서는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B대 관계자는 “(교육부에) 걸리지 않으려고 출제위원보다 검토위원을 더 많이 두고 있다”며 “현직 교사 여럿이 문제를 검토했고, 학교에서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법 위반이라니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공교육정상화법 위반으로 걸리면 대학에서는 ‘운이 나빴다’란 반응이 먼저 나온다. 교육부의 심의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 셈이다.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대학별고사를 치르는 의미가 없고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C대 관계자는 “대학은 문제에서 어떤 개념을 충분히 설명해주더라도 학생이 그 문제를 접근하는 문제 해결력과 사고력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면접고사의 경우 이런 우려가 더 많이 나온다. 면접은 지원자와 면접관(교수)의 상호작용이다. 지원자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면 때로는 면접관이 힌트를 주고, 이를 기반으로 지원자가 대답하는 과정을 관찰하기도 한다. D대 관계자는 “문제 자체는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면접에서는 힌트를 주기도 한다. 단순하게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도 논술·구술고사와 관련된 사교육 시장이 양산되는 것은 유감이라는 반응이다. “선발 변별력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고교 교육과정이 파행되지 않도록 출제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는 대학도 있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논술·구술고사에 익숙해지도록 일선 고교 교사의 지도 역량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E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5지선다형 문제만 주로 풀다 보니 논술·구술고사 문제 유형이 낯설어 더 어렵게 느끼고 사교육을 찾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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