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자리 나도 ‘외면’ 택배는 집 밖에서 개봉…‘빈대 포비아’ 확산

  • 뉴스1
  • 입력 2023년 11월 8일 14시 11분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국제공항 터미널 내 유아휴게실과 여객 쉼터에 빈대 전용 모니터링 키트(트랩)를 설치했다.(한국공항공사 제공)2023.11.8/뉴스1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국제공항 터미널 내 유아휴게실과 여객 쉼터에 빈대 전용 모니터링 키트(트랩)를 설치했다.(한국공항공사 제공)2023.11.8/뉴스1
“요즘 헝겊으로 되어 있는 의자는 되도록 앉지 않으려 해요. 아무래도 옷에 숨어 들어갈 수 있잖아요. 작아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던데, 걱정입니다”

경기도 고양시 거주 중인 직장인 김희진씨(가명·31)는 요즘 지하철에 빈자리가 생겨도 되도록 앉지 않는다. 출퇴근길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그보다도 빈대가 옮겨붙는 게 더 걱정되기 때문이다. 앉더라도 ‘철제 소재’로 된 의자에만 앉는다.

평소 뮤지컬을 즐겨보지만, 최근엔 그마저도 꺼려진다는 김씨. 그는 “극장 의자가 대부분 천 소재라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며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 빈대가 출몰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시간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지하철에 빈자리가 생기더라도 빈대가 옮겨붙을까 잘 앉으려 하지 않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헬스장이나 영화관 등 공공장소 이용을 꺼리는 시민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급기야 ‘규조토’ 등 확인되지 않은 민간 퇴치요법도 등장했다.

◇ 전국 각지서 빈대 출몰…“택배도 현관문 밖에서 개봉해요”

8일 정부 합동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접수된 빈대 의심 신고건수는 30여건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4년부터 약 10년간 관련 신고는 9건에 불과했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서 발견된 이후 지난달 인천 모 사우나 등 전국 각지에서 출몰하고 있다.

빈대는 대표적인 ‘흡혈충’으로 물리면 피부가 빨갛게 붓고 가렵다. 동시에 여러 마리의 빈대로부터 물리면 고열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빈대는 좁은 문틈에 숨어들어 좀처럼 ‘박멸’이 어렵다. 피를 빨지 않아도 성충은 최장 6개월가량 생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제 전문가들은 바퀴벌레보다도 처리 난도가 높은 해충으로 꼽는다.

이 때문에 ‘빈대 포비아(공포증)’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하철 좌석에 빈자리가 생기더라도 앉지 않는다는 후기 글이 상당하다. 직물 소재로 되어있는 좌석에는 빈대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다.

직장인 이지현(가명·30)씨는 “어제 출근길 지하철 좌석 가장자리에 자리가 났지만, 혹시 빈대가 옮겨붙을까 앉지 않았다”며 “다리가 아파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빈대가 더 무섭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전날까지 4건의 빈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다만 모두 실제 빈대가 발견되진 않았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직물 좌석의 경우 주기적으로 고온 스팀 청소를 따로 하고 있다”며 “살충을 위한 방역도 따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택배를 통해 빈대가 옮겨올 수 있다는 우려에 집안으로 들여놓지 않는 이들도 상당하다. 최근 모 대형 유통업체 물류센터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글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기도 했다. 다만 업체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주부 이모씨(33)는 “빈대가 택배상자에 숨어서 들어올 수도 있지 않나”라며 “요즘에는 현관문 밖에서 상자를 개봉하고, 상자는 즉시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송모씨(35)도 “아직 주변에 빈대 피해를 입은 이들은 없으나, 택배를 받을 때 ‘빈대가 옮겨붙는 건 아니겠지’하는 우려가 들긴 한다”며 “주변에 빈대 걱정에 헬스장도 가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 “규조토가 좋다네요”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 기승

빈대 퇴치를 위한 ‘민간요법’도 등장하고 있다. 규조토는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X(구 트위터) 등 SNS 등에는 “빈대를 퇴치하기 위해 집 곳곳에 규조토를 뿌려놨다”는 후기가 다수 올라와 있다.

규조토는 단세포 생물의 일종인 규조의 유해가 쌓여 형성된 토양이다. 입자 자체가 날카로워 일부 효과는 있지만, 호흡기를 통해 사람의 체내로 들어갈 경우 폐 조직이나 림프절 등에 축적돼 부작용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다.

빈대 확산 초기에는 ‘바퀴벌레가 빈대가 천적이다’라는 글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역시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다.

정부는 빈대 발견 시 고열 스팀을 서식 장소에 분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빈대는 열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침대, 매트리스, 소파, 가구 등 빈대에 오염된 모든 장소를 청소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아울러 알이 부화되는 시기를 고려하여, 7~14일 후에 서식처 주변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정부는 빈대의 살충제 내성에 대비해 더 강력한 살충제 도입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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