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지난 7일 일회용품 규제 연기 발표
"이미 기간 맞춰 물품 구매…갑작스러워"
"환경 중요하지만 비용적으론 반길만해"
시민들 "친환경 정책에 반하는 것 아닌가"
8일 뉴시스가 찾은 서울 관악구의 한 작은 카페의 재고 창고엔 옥수수 녹말가루로 만든 친환경 빨대 600여개가 쌓여 있었다. 카페 주인 30대 박모씨는 지난주 빨대 500개를 미리 사들였다고 한다.
박씨는 “곧 플라스틱 빨대 사용 계도 기간이 끝나 대량으로 녹말 빨대를 구매해 놨다”며 “갑자기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까 손해를 본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식당이나 카페 내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시행을 앞두고 돌연 백지화하면서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당혹스럽단 반응이 나온다.
8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년간 시범 실시한 일회용품 규제 정책 중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사용 금지를 무기한 연장한다는 내용의 일회용품 관리 방안을 전날(7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식당이나 카페 등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사용 등을 제한하는 일회용품 규제 강화 정책을 발표했고, 오는 23일 계도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계도기간이 사실상 무기한으로 늘어났고, 일회용 종이컵은 사용 제한 대상 품목에서 아예 제외됐다. 비닐봉투는 예정대로 계도기간이 끝나지만 과태료 부과 대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계도기간이 끝나기 전 다회용기와 종이 빨대를 미리 사들여온 식당이나 개인 카페, 편의점 주인들 모두 “갑작스럽다”는 기류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식당엔 급하게 들여놓은 듯 종이컵 박스가 계산대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식당 사장 50대 김모씨는 “갑자기 플라스틱 빨대나 일회용을 쓸 수 있다고 하니 어제 급하게 대량 구매해 놓은 것”이라며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은 확실히 싸고 인건비도 줄일 수 있어서 좋지만 환경 정책을 이리 쉽게 바꾸는 것도 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전모씨도 “계도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종이 빨대나 머그잔 등을 추가로 주문해 놓았었다”라며 “그런데 갑자기 규제를 완화하니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 환경 문제를 신경 써야 하지만 당장 가게 운영하는 입장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가격 측면에서 부담이 덜해서 비용 측면에선 반길만한 점”이라고 전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친환경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동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개인 텀블러로 음료를 마시던 최모(28)씨는 “종이 빨대가 눅눅해지는 건 불편해도 환경 문제를 위해선 감수할 수 있는 정도”라며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과 함께 일회용품을 줄일 대안도 같이 내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관악구의 한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20대 조모씨와 이모씨도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과는 배치되는 결정 같다”며 “친환경 정책 기조는 이어가면서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을 충실히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친환경적 정책 기조를 계속 끌고 가면서 자영업자들을 도와줬어야 했다”라며 “그런데 정부는 제대로 된 대안 없이 그저 자영업자의 손만 들어줬다. 이건 옳지 않은 판단”이라고 짚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이날 성명을 통해 “종이컵의 생산과 폐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고려할 때, 이번 일회용품 관리방안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서 멀어지는 행보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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