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택시 등 전 차종 통행 가능해지며
침체했던 상권 회복 기대감 커져
신호등 없는 곳도 있어 개선 필요
8일 오전 10시경 대구 중구 중앙로 북편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앞 도로. 왕복 2차로 도로 위로 버스와 택시, 일반 승용차들이 한데 섞인 채 줄지어 주행하고 있었다. 도로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심모 씨(68·여)는 차량들이 지나는 모습을 보며 “평소 손님들이 차량 이용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 일대 상권이 10년이 넘도록 침체를 겪은 상황인데, 도로 위 차량들을 보니 상권이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샘솟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중앙로 일부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해제한 지 일주일째를 맞았다. 장기간 침체했던 도심은 활기 넘치던 예전 모습을 차츰 되찾는 분위기다. 대구시는 1일 중앙로 북편 중앙네거리에서 대구역 네거리까지 이어지는 450m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해제했다. 2009년 이 구간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한 지 14년 만이다. 기존에는 이 도로에 시내버스만 진입할 수 있었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해제되면서 택시는 물론이고 승용차 등 모든 차량이 이 구간을 통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반대편 중앙네거리에서 반월당으로 이어지는 중앙로 남편 구간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유지되고 있어 시내버스만 다닐 수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당시에는 보행환경 개선과 소음 및 대기오염 감소 등의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중앙로와 태평로 일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이뤄짐에 따라 교통 환경이 크게 변하면서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시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모 씨(40)는 “해제 전에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한참 둘러 가야 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는데 편해졌다”고 말했다. 기자도 차량을 이용해 해제 구간을 이용해 봤다. 평소 이 구간을 둘러 가면 10분 정도 걸렸지만 해제 구간을 가로질러 가니 2, 3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 곳곳에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제 구역 안에는 버스정류장이 양방향으로 두 곳 있는데 시내버스 여러 대가 정류장에 한꺼번에 정차할 때면 뒤따르던 차들이 기다리지 않고 중앙선을 침범해 추월하기도 했다.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해제 구역에는 횡단보도 다섯 곳이 있는데 이 중 한 곳은 신호등이 없어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는 모습이었다. 특히 중앙로는 노년층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차량 통행량이 늘어난 상황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힘겨워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진입과 진출 차량은 우회전만 허용하면서 주정차는 전면 금지하는 등 보행자 안전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신규원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내년 2월까지 집중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교통량 등을 분석하면서 개선 사항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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