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나 교사마다 진학 지도 역량 차이는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를 믿지 못하고, 일단 학원부터 가보겠다는 학생이 적지 않다.”
경기의 한 고3 담임교사는 대입 수시 사교육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학교마다 선발 방식, 항목별 반영 비율 등이 워낙 다르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논술과 제시문 기반 면접 등은 고교마다 역량 차이가 크다. 논술이 사교육 유발 주범으로 지목되자 최근 대학들이 논술 전형 비중을 줄였다. 고교 역시 논술 대비 과정을 운영하는 곳이 감소하면서 학교 간 격차가 더 커졌다.
최승후 경기 대화고 교사는 “학교에서 논술이나 면접 준비 과정을 개설해도 학원에 간다고 학생들이 대거 빠지면 반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진학 담당 교사는 “여러 교과목을 섞어 출제하는 상위권대 구술 면접은 해당 과목 교사들도 대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학교 현장에선 “사교육 업체의 불안 심리 자극에 수험생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전국 대학의 수시 입시 결과 데이터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각 시도교육청, 학교를 통해 축적돼 관리된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 학원보다 더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수시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는 “학교에선 서로 비슷한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을 가진 모교 선배들의 진학 기록을 바탕으로 더 합리적인 수시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성환 서울 대진고 교사는 “교사들이 축적된 데이터로 입시 결과를 분석해 더 나은 진학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시는 학생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로 줄 세우지 않고, 특기와 적성 등 다양한 잠재력을 판단해 선발하겠다는 취지로 1997학년도부터 도입됐다. 첫해 1.4%(4년제 일반대 기준)였던 수시 입학 비율은 2007학년도 51.5%로 정시 비율을 넘어섰다. 2024학년도엔 79%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2019년 ‘조국 사태’를 겪으며 수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스펙 관리’ 차이로 이어져 입시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같은 해 교육부는 ‘입시 공정성을 높이겠다’며 2022학년도부터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리는 대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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