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여고는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동문 3명의 얼굴과 행적을 기록한 기억이음 벽을 8일 시민에게 개방했다. 기억이음벽에는 ‘들불야학’을 세운 박기순 씨(1976년 졸업), 1980년 3학년으로 5·18민주화운동에 뛰어든 김경희 씨, 군사독재에 맞서 투쟁한 박선영 씨(1985년 졸업) 등 3명의 얼굴과 행적을 추모하는 후배들의 작품이 담겼다.
박기순 씨는 전남대 국사교육과에 다니다가 1978년 7월 들불야학을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치다 불의의 사고로 숨을 거뒀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윤상원 열사를 들불야학에서 만나 활동했으며 ‘님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이다.
김경희 씨는 1980년 5월 20일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계엄군의 무차별 구타로 머리와 허리를 심하게 다쳐 치료를 받았지만 후유증으로 1992년 사망했다.
박선영 씨는 서울교대에 진학했지만 교내에 취조실까지 설치될 정도로 비민주적인 학교 현실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목숨으로 악질적인 교육관료들의 횡포를 폭로했다.
전남여고 갤러리 ‘예담 1929’에서는 17일까지 기억의 벽 조성을 기념하는 특별전시가 열린다. 5·18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임영희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영화 ‘양림동 소녀’도 상영한다.
박익수 전남여고 교장은 “교육기관·지자체·시민단체가 연대해 이뤄낸 성과로 그 의미가 크다”며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민주·인권·정의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역사 배움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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