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건설업체들로부터 10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감사원 간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다. 2021년 1월 공수처 출범 이후 3년 동안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 4건이 모두 기각된 것이어서 공수처의 ‘수사 역량 부족’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감사원 3급 간부 김모 씨에 대해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상당수의 공사에 피의자가 개입했음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또 “반대신문권 보장이 필요하고 뇌물 액수 산정에 있어 다툼의 여지도 있다”고 했다.
감사원 국토·해양감사국에서 건설·사회간접자본(SOC)·시설 분야 감사를 담당하던 김 씨는 차명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가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건설사들로부터 10억 원대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의 비위 정황을 포착한 감사원은 2021년 10월 공수처에 김 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날 공수처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기각 사유를 검토해 보충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4전 4패’라는 점에서 낙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비율은 2022년 기준으로 18.6%였다.
공수처는 출범 후 4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첫 구속영장 청구는 2021년 10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해 이뤄졌다. 당시 법원은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고, 이후 공수처가 재청구한 영장까지 기각했다. 공수처가 3년 동안 청구한 체포영장 5건도 모두 기각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법원이 영장 발부 요건 등을 까다롭게 보면서 발부 가능성이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공수처의 기각 비율은 너무 높다”며 “혐의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충분히 수사하는 방식이 공수처 내부에서 다져지지 않은 측면도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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