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 위자료 500만원” 원심 확정
피해자 5000명 넘어… 소송 잇따를듯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건 처음이다.
대법원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9일 피해자 김모 씨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납품업체 한빛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옥시 등이 김 씨에게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7∼2011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김 씨는 2010년 5월 간질성 폐 질환 등의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 가능성이 낮다며 2014년 3월 3등급 판정을 내렸다. 3등급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나 다른 원인을 고려할 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2015년 2월 김 씨가 옥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2019년 9월 “가습기 살균제에는 설계 및 표시상 결함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원고가 신체에 손상을 입었다”며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향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7월 기준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5041명에 달한다. 김 씨 측 법정대리인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서 인정을 받는 분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옥시 측은 “재판 과정에서 당사의 입장을 성실히 밝혀 왔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