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후보자 조희대]
조희대, 보수색 우려에 “걱정말길”
“국민에 누 끼칠까 두렵고 떨려
하루를 하더라도 헌법 받들 것”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66·사법연수원 13기)가 지명 후 일성으로 “한평생 법관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좌나 우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나오는 사법부 보수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자는 9일 오전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예방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 보수색채가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불교 신자인 조 후보자는 불경인 금강경의 ‘무유정법(無有定法)’이란 문구를 인용하면서 “‘정해진 법이 없는 게 참다운 법’이란 말이다. 저는 예전 대법관 취임사에서도 ‘우리 두 눈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본다’고 했다”고도 밝혔다.
국회 인준을 통과해 대법원장에 임명되더라도 정년(70세) 때문에 6년 임기를 못 채우고 2027년 6월 퇴임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기간이 문제가 아니고 단 하루를 하더라도 진심과 성의를 다해서 헌법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사법부 신뢰 회복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당장은 인사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뿐이다. 혹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법부 구성원들과 그때 가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스스로 대법원장직을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조 후보자는 “중책을 맡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 차례가 아니라 수천 수만 번 고사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사법부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국민들에게 혹시 누를 끼치지 않을까 두렵고 떨린다”고 했다.
이날 조 후보자는 대법원에 오기 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개인 자격으로 참배했다. 대법원 관계자들도 참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그는 방명록에 ‘안민정법(安民正法) 조희대’라고 썼다. 안민정법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바른 법’이라는 뜻으로 조 후보자가 2020년 3월 대법관을 퇴임하면서 엮은 판례집 제목이다.
안 권한대행은 이날 조 후보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인사청문회 준비를 잘하시라”는 취지의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현안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법원행정처 소속 부장급 판사 1명, 심의관급 판사 3명으로 구성됐다. 조 후보자는 다음 주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청문회 준비팀 사무실에 출근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