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원어민 발음에 교정도 척척
단톡방 만들어 공부 인증하기도
영어강사들 “직업 없어질라” 우려
전문가 “챗GPT 활용 못하면 도태”
“요즘은 운전 중에도 영어 회화를 연습할 수 있어요.”
KAIST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이충인 씨(32)는 한 달 전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음성대화 기능을 활용해 매일 5시간씩 영어 회화를 연습한다. 이 씨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학원과 (온라인) 화상영어를 모두 수강해 봤지만 영어가 크게 늘지 않아 만족하지 못했다”며 “챗GPT는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고, 전문지식까지 학습돼 있어 (영어로 진행되는) 해외 세미나 준비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챗GPT로 영어 회화를 공부하고 서로 인증하는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도 100여 명 규모로 운영 중이다. 그는 “학원보다 ‘공부의 강제성’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 영어 토론에 발음 교정도 가능
전 세계에 ‘AI 열풍’을 일으킨 ‘챗GPT’가 30일로 출시 1년을 맞는 가운데 최근 국내에선 챗GPT의 음성대화 기능을 활용해 영어 회화 실력을 늘리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올 9월 말 출시된 챗GPT 음성대화 기능을 매달 약 2만7000원을 내고 이용하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어민과 실제 대화하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기자가 챗GPT와 영어로 대화를 나눠 보니 실제 원어민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발음이 정교하고, 억양도 자연스러웠다. 먼저 챗GPT에 “넌 항공기 승무원이고, 난 승객이야”라고 말하자 곧 젊은 남성의 목소리로 “불편하신 점은 없나요? 기내식은 무엇으로 준비해 드릴까요?”라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이어 기자가 “말이 빨라 알아듣기 어렵다”고 하자 챗GPT는 천천히 기내식 메뉴를 설명해줬다.
챗GPT와 영어로 토론하는 것도 가능했다. 기자가 “도시와 시골 중 어디에 사는 게 더 좋으냐”고 묻자 챗GPT는 “둘 다 매력 있다. 너는 어디가 좋니”라고 되물었다. 영어 발음이나 문장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다. 챗GPT에 방금 말한 문장에서 발음을 교정해 달라고 하자 “Currently를 말할 때 ‘u’는 ‘uh’에 더 가깝게 발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화 기록이 텍스트 형태로 남아 복습하기도 편하다는 게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 “AI 활용할 줄 모르면 도태될 것”
사교육 업계는 챗GPT의 음성대화 기능이 놀랍다면서도 긴장하는 반응이다. 영어 회화 강사 유희수 씨(31)도 “챗GPT 발음을 처음 들었을 때 원어민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놀랐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영어 강사가 없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챗GPT를 수업에 적극 활용하는 강사도 늘고 있다. 7년째 영어 회화를 가르치고 있는 박재연 씨(27)는 “표준화된 발음과 표현을 배우는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챗GPT를 활용하라고 권하고 있다”며 “챗GPT의 피드백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챗GPT가 기존 영어교육을 대체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원어민 강사 스펜서 매케나 씨(30)는 “챗GPT는 실전 회화에서 오는 압박감이 없어 실력을 크게 늘릴 수 없다”며 “은어 등 언어와 관련된 문화까지 배울 수 없다는 것도 한계”라고 했다. 호주에서 온 매슈 데이비스 씨(25)는 “원어민이 보기엔 (챗GPT가) 어려운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며 “잘못된 정보를 줄 때도 있다”고 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영어 회화뿐 아니라 앞으로 수학이나 물리 같은 영역도 실제 사람에게 과외를 받는 것처럼 배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를 활용할 줄 모르면 도태될 수 있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AI가 확산하면 교사와 강사의 역할은 ‘수업 경영자’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며 “(교사와 강사는) 장기적인 학습 목표를 제시하고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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