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메가시티 서울’ 논의를 들고 나오면서 수도권 각지에서 서울 편입론이 화제다. 이번 논의의 중심이 된 경기 김포뿐 아니라 서울과 맞닿은 여러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서울 편입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의 주된 근거는 부동산가치 상승과 교통 여건 개선이다.
수도권 각지 서울 편입론 화제
오늘날의 서울 경계가 큰 틀에서 확정된 것은 1963년이다. 기존 서울 생활권에 비해 훨씬 넓은 지역이 새로 편입됐는데, 수도로 유입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차후 시가지 확장에 대비한다는 차원이었다. 강남·강동·강서·관악·구로·금천·노원·도봉·서초·송파·양천·중랑구(가나다순)가 현 경계를 갖게 된 것도 이때다. 그 후 1973년 은평구 일부 지역이 편입된 게 서울 생활권 확장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편입이었다. 1995년 안양천, 목감천, 창릉천 인근 경계 조정을 위해 서울·경기 행정구역의 소규모 편입 및 교환이 있었지만 이는 ‘서울의 확장’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현재 논의되는 지역들이 서울로 편입된다면 정말 집값이 오를까. 편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 주민들이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감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 편입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백경현 구리시장의 발언에서 이러한 기대를 엿볼 수 있다. 백 시장은 “(서울 편입으로) 교통 인프라가 향상되고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경계 형성이 대체로 1960~1970년대 완성됐기에 서울로 신규 편입되면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사례나 이에 관한 연구를 찾아볼 수는 없다. 옛 주택은행이 주택가격지수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한 게 1980년대 초반이기에 그 전에 이뤄진 서울 편입이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 매매가를 살펴보면 경기 ??시와 서울 △△구 아파트 가격이 작은 하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백만 원 차이가 나는 경우도 적잖다. 서울 편입으로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근거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행정구역 개편이 부동산 가격에 끼치는 영향은 지방 사례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2010년 경남 창원·마산·진해시가 창원시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아파트 가격 변화를 살펴보자. 행정구역 조정에 따라 지역 전체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시기 아파트 3.3㎡당 가격 변화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통합 전후 옛 창원 지역의 아파트 3.3㎡당 가격은 50만 원대, 통합 대상인 옛 마산과 진해는 20만 원대 상승폭을 보였다.
지목 같아도 서울 땅값이 경기보다 2.4배 빨리 올라
주소에 서울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이 부동산에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토지 가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2015년 발표한 ‘우리나라의 토지자산 장기시계열 추정’ 자료를 보면 서울의 지목별 지가상승률 조정계수가 경기의 최대 2.4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풀어서 말하면 지목이 똑같은 ‘답(畓)’이라 할지라도 서울이 경기보다 2.4배 빠르게 가격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물론 서울 편입이 부동산가치에 꼭 긍정적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에서도 특정 지역이 ‘과밀억제권역’인지, ‘성장관리권역’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세제(稅制)와 규제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에 따라 서울은 구리·남양주·하남·고양·광명·과천 등과 함께 과밀억제권역으로, 김포·남양주는 성장관리권역으로 지정돼 있다. 만약 기존에 성장관리구역이던 곳이 서울로 편입돼 과밀억제권역이 된다면 개인·법인 취득세나 분양권 전매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으로 각각 지정된 곳은 세제상 어떤 차이가 날까. 먼저 법인 취득세를 살펴보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법인이 본점 또는 주사무소의 사업용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공장을 신설 및 증설하고자 사업용 과세물건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가 기존 4%에서 8%로 중과된다. 만약 부동산 매매를 위한 법인을 설립한다면 이 같은 취득세 중과가 법인 설립 후 5년까지 지속되므로 세금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라 해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과밀억제권역에서는 면적 500㎡가 넘는 공장의 건축이 제한된다. 서울 인접 도시에는 기업이 산업단지가 아닌 곳에 부지를 직접 사들여 공장을 짓는 ‘개별입지 공장’이 많다. 개별입지 공장 총량을 부여받지 못한 지방자치단체는 법인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개인의 경우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때 매입해야 하는 국민주택채권 비율이 서울 및 광역시와 그 외 지방 사이에 차이가 있다. 법인과 달리 몇만 원 정도의 미미한 차이겠지만(즉시 환매하는 경우), 취득비용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은 확인이 필요하다. 부동산과 관련해 개인이 과밀억제권역 편입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주된 불이익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차이다.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이기 때문이다. 중도금 납부 시기 등과 관련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과밀억제권역 편입 후 입주자모집공고가 난 주택은 주의해야 한다. 이것 말고도 소액 임차인에 대한 최우선 변제 보증금 인정 범위와 지급액 등도 서울 편입에 따른 쟁점이 될 수 있다.
서울 편입의 또 다른 효과로 기대되는 ‘교통 인프라 개선’도 살펴보자. 먼저 긍정적 측면은 그간 지역할거주의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교통 인프라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서울을 드나드는 경기·인천 광역버스의 총량 규제를 놓고 수도권 지자체 간 갈등이 적잖았다. 그런 점에서 서울 편입으로 교통 여건이 개선되리라는 기대는 타당하다.
철도 건설 국고지원 줄어들 수도
하지만 서울 편입이 교통 인프라 확충에 도리어 걸림돌이 될 여지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철도사업에서 국고지원이 적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광역교통법)상 광역철도사업으로 지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예산 회계처리와 총사업비 중 국고지원 비율이 달라진다. 관련법에서 광역철도란 “둘 이상의 시도 간 일상적인 교통 수요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도시철도 또는 철도이거나 이를 연결하는 도시철도 또는 철도”를 의미한다. 만약 특정 지역이 서울로 편입된다면 두 곳을 서로 연결하는 철도는 ‘도시 내 철도’이므로 원칙적으로 광역철도사업으로 지정될 수 없다.
광역철도의 경우 광역교통법에 따라 전체 사업비 중 국가가 최대 70%, 수혜 지역의 지자체가 최소 30%를 부담한다. 이에 반해 도시철도는 ‘도시철도법’에 따라 국가가 60%, 지자체가 40%를 부담한다. 게다가 서울은 국고지원 비중이 더 낮아 국가가 총사업비의 40%만 지원하도록 지정돼 있다. 즉 서울시가 최소 60%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통 인프라 개선의 핵심인 철도 연결 논의 자체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지만, 사업비 부담이 커져 실질적으로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수익자 원천 부담 방식으로 건설된 김포 도시철도 사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조정교부금과 재산세 공동과세를 기반으로 하는 서울시 예산체계를 고려하면 서울 편입 후 기존 지자체 예산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다소 희망 섞인 기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편입이 결정될 경우 기존 지자체의 행정·재정 권한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합의가 이뤄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경기 일부 지역의 서울 편입은 부동산이라는 변수만 놓고 봐도 이해 관계자마다 입장 차가 첨예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서울 편입과 관련한 설왕설래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것만 봐도 이 사안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 수 있다. 서울로 편입됐을 때 자산가치 상승과 교통 인프라 개선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그 나름 근거도 있다. 또한 미래 서울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행정구역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무작정 동조하거나 비난하기에 앞서 서울 편입이 부동산시장과 교통 인프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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