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의 유심으로 여러 개의 번호를 만들 수 있는 현행 휴대전화 개통방식의 허점을 악용해 2만 개가 넘는 ‘카카오톡 대포계정’을 만들어 범죄조직에 팔아넘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과 형법상 사기방조 혐의 등으로 60명을 검거하고 이 중 20대 남성인 총책 A 씨 등 12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 등은 2021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휴대전화 유심 1개로 여러 개의 번호를 생성하는 수법으로 카카오톡 계정 약 2만4800개를 만들고 이를 보이스피싱과 몸캠피싱 등을 벌이는 전화금융사기조직에 팔아넘겨 22억627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사회친구인 다른 공범과 알뜰폰 통신사의 유심을 개통한 뒤 다른 번호로 변경하거나 이중번호(듀얼넘버)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유심 1개당 최대 5개 번호를 생성했다. 휴대전화 번호 변경 전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면 번호 변경 후에도 카카오톡 계정은 계속 쓸 수 있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이렇게 생성한 카카오톡 계정을 범죄조직에 개당 2만5000원에서 3만 원을 받고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6개의 유심칩을 이용해 30개의 번호를 생성한 이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 등은 이렇게 생성된 카카오톡 계정이 범죄에 쓰인다는 것을 알고도 범죄조직에 계정을 넘겨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A 씨 등이 넘긴 계정이 사기범죄에 악용돼 전국에서 접수된 관련 피해신고가 509건이며 피해액은 11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몸캠피싱 사건을 수사하던 중 범행에 쓰인 계정이 전문적인 유통업자로부터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생성한 카톡 계정 6023개를 사용중지 조처하고, 범행에 쓰인 휴대전화 58개와 유심 199개를 압수했다. 이재홍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카카오톡 계정을 남에게 판매하는 것이 범죄가 안 될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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