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개편안, 담길 내용은…일부 업종 ‘주60시간’ 가능성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13일 18시 01분


'근로시간 개편방향'…주52시간 유지·일부 업종 완화
지난 3월 근로시간 유연화 전면 적용서 한발 물러서
설문결과 제조업·생산직 높아…"주60시간 이내" 응답
"구체적 업종, 사회적 대화로" 주60시간 추진 선 그어
주69시간 '불씨'…한국노총 복귀에 논의 급물살 타나

정부가 이른바 ‘주 최대 69시간’ 논란으로 역풍을 맞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방향’을 발표하면서 향후 개편안에 담길 주요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현행 ‘주52시간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유연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업무가 몰리는 제조업과 생산직 등을 대상으로 ‘주60시간 이내’ 근로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여전히 주69시간 불씨가 남아있는 데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만큼 논의 과정에서 난항도 예상된다.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은 현행 주52시간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3월 주69시간 논란으로 근로시간 개편안이 재검토에 들어간 지 8개월 만에 나온 개편 방향이다.

이번 개편 방향은 정부가 노사 및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도 하다.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합리적인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주52시간제로 장시간 근로가 감소했다고 평가하는 등 현행 근로시간 제도가 현장에 상당 부분 안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제조업 등 일부 업종과 직종의 경우 업무량 증가에 따른 대응 등 업종별·직종별 다양한 수요가 반영되지 못하면서 현행 근로시간 제도 하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현행 주52시간제의 틀은 유지하면서 필요한 업종과 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근로시간 제도는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원하는 업종과 직종에 대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3월 개편안이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발표는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정하며 근로시간 유연화 ‘전면 적용’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정부는 그러나 어떤 업종과 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개편 ‘방향’만 우선 설정한 것일 뿐 세부 방안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한 업종과 직종에 대해서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대상 업종과 직종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는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업종의 경우 제조업(근로자 55.3%, 사업주 56.4%)과 건설업, 직종의 경우 설치·정비·생산직, 보건·의료직, 연구·공학 기술직에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적용하는 방안에 노사 모두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시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에 동의한 응답자 중 그 범위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60시간 이내’(근로자 75.3%, 사업주 74.7%)가 가장 많아 해당 업종의 경우 ‘주60시간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보완을 전격 지시하면서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밝힌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정부가 정밀한 설문조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그대로 입법화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접근 방식이 될 수 있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주60시간제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는 “이것은 노사와 국민의 의견이 이렇다는 것일 뿐”이라며 “반복해서 말하지만 제도 개선을 할 때에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부가 일부 업종과 직종에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업종에 주52시간제 유연화가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해당 업종과 직종에 대한 ‘주69시간’ 불씨도 여전히 남아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답정너’ 설문조사로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노동시간 개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했다. 한국노총도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가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고 했다.

다만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방향 발표 당시만 해도 사회적 대화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던 한국노총이 복귀를 전격 결정하면서 근로시간 개편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지난 6월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한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날 대통령실은 근로시간 개편방향 발표와 관련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며 한국노총을 향해 “조속히 대화에 복귀해 근로시간 등 여러 현안을 함께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쟁점이 첨예한 만큼 논의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정부가 시간 끌기와 신중론을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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