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 A사는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기록,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데도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직원은 회사에서 출입증을 단말기에 찍어 출퇴근을 기록하는데, A사는 근로자가 본인의 근로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 직원 B 씨는 “주말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 회사는 포괄임금제를 이유로 내세우며 야근·휴일 수당도 안 준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13일 근로시간 설문조사를 공개하면서 올 1~8월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에 대해 실시한 기획감독 결과와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방안도 발표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나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고 근무수당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매달 일정액의 급여를 노사 합의에 따라 지급하는 임금제 방식이다. 근로시간을 충분히 측정할 수 있는데도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수당도 제대로 주지 않는 A사는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하는 셈이다. 고용부 조사 결과 A사 직원 55명이 연장근로 한도를 넘겨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지급 수당도 약 800만 원이었다.
고용부는 이번 감독 결과 포괄임금 오남용이 의심되는 87개 사업장 중 64곳(73.6%)에서 약 26억30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공짜 야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52곳(59.8%)은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했다. 고용부는 이 중 6개 사업장을 형사 조치했고, 11곳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총 679건의 시정 지시를 내렸다.
포괄임금 오남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묻는 설문(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에서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을 기록·관리하도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임금을 산정하는 법과 원칙 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44.7%로 가장 많았다. ‘정부의 강력한 감독 행정’(34.4%)이 뒤를 이었다. 반면 사업주들은 ‘현실을 고려해 현행 유지’가 41%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현장 감독을 강화하겠다’면서도 근로자들이 1순위로 꼽은 포괄임금제 관련 법제화에 대해선 난색을 표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포괄임금제·근로시간 기록 의무화 등에 대해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앞으로도 익명신고센터를 계속 운영하고 기획 감독을 추가로 실시하는 등 근로감독을 강화해 포괄임금 오남용을 막겠다고 밝혔다. 또 영세 사업장에는 출퇴근 기록관리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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