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성남시의료원 운영 개선방안 발표…대학병원에 위탁
의사 결원율 44%·병상 활용률 20%…해마다 수백억 ‘적자’
신 시장 “직영체제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어려워”
이달 정부 승인 요청…내년 시의회 동의 거쳐 위수탁 협약
“회복의 수준을 넘어 변혁의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신상진 경기 성남시장이 1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성남시의료원 대학병원 위탁운영’ 방침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신 시장은 “현재 의료원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운영방식”이라며 “시민 외면과 과도한 의료 손실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 시장은 의사 출신으로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냈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성남시의료원 운영방식 개선’을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그는 5개월 동안 운영방식 개선방안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했고, 시민·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듣고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성남시의료원은 2020년 7월 509병상으로 개원했다. 하지만 올해 9월 현재, 의사직 정원 99명 중 55명만 근무하고 있다. 결원율이 44.4%에 이른다. 의사 채용 공고는 수시로 내고 있지만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하루 평균 입원환자 수는 100여 명 정도에 불과하고 병상 활용률은 20% 안팎에 그치고 있다.
신 시장은 “의료원을 개원하고 3년이 됐는데 하루 평균 수술 건수가 최소 2.2건, 최대 5.7건”이라며 “이마저도 급성 충수염이나 골절 같은 일반·경증질환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동네 병·의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성남시는 올해 들어 대학병원 위탁운영에 대한 여론조사를 두 차례 했다.
올해 3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첫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1.9%가, 7월 두 번째 조사(시민 513명)에서는 76.6%가 ‘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운영’에 찬성했다.
내부 직원들조차 의료원의 진료를 외면하는 등 ‘낮은 신뢰’도 그대로 드러났다.
의료원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가족과 지인에게 의료원에서 진료받도록 권장하겠느냐’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권장하겠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권장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진료, 의술을 신뢰하지 못한다’라는 대답이 81.9%나 됐다.
의료원의 누적 손실로 재정 부담이 늘고 있는 점도 위탁운영 결정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성남시는 2016년 의료원 법인을 설립한 후 올해까지 8년간 연평균 275억 원 등 2197억 원의 출연금을 의료원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2020년 465억 원 △2021년 477억 원 △2022년 547억 원 등 해마다 수백억 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도 634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지금의 추세라면 앞으로 5년간 최소 1500억 원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는 게 신 시장의 판단이다.
신 시장은 “대학병원 위탁운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필수 및 중증 진료, 미충족 의료뿐만 아니라 회복기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선도적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진료비 상승이 우려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신 시장은 대안을 제시했다. 직속 ‘비급여 수가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진료비 상승을 조정하고, 공공의료 사업을 확대해 믿고 찾는 의료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 성남시는 내년 공공의료 사업비를 올해 3억6000만 원 보다 102% 늘어난 7억3000만 원 규모로 편성했다.
신 시장은 “‘착한 적자’는 시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 시민을 볼모로 한 시정 발목 잡기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성남시는 이달 중 보건복지부에 의료원 위탁 승인을 요청하고, 내년 초 시의회 위탁 동의와 수탁기관 공개모집 후 상반기(1~6월) 중으로 위·수탁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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