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봉침(봉독주사) 치료 도중 30대 초등학교 여교사를 숨지게 한 한의사가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아 감형됐다.
인천지법 형사항소3부(원용일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 씨(49)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5월 15일 경기도 부천시 한의원에서 초등학교 교사 B(사망 당시 36세·여)씨에게 봉침을 놓는 과정에서 부작용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쇼크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A 씨는 지난 2018년 5월 15일 오후 2시 48분경 경기도 부천의 한 한의원에서 초등학교 교사 B 씨(사망 당시 36세·여)에게 허리통증 봉침 치료를 하던 중 부작용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쇼크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A 씨는 같은 층에 있던 모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 C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C 씨로부터 응급처치를 받은 B 씨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를 받다 숨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벌에서 추출한 약물을 주사기에 넣은 후 B 씨에게 여러 차례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20여일 만에 숨졌다.
국과수 부검결과 B 씨의 사인은 호흡과 혈압 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라시스(anaphylaxis) 쇼크’로 확인됐다.
유족 측은 봉침 시술을 한 A 씨를 비롯해 응급치료를 한 C 씨도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해 B 씨를 숨지게 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동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1심 법원은 2020년 5월 A 씨가 환자에게 봉침을 놓기 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업무상 과실도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유족 3명에게 4억 7000만원을 지급하라”면서도 유족 측이 C 씨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은 기각했다.
A 씨는 1심 법원이 사실을 오인한 데다 양형도 높아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검찰은 오히려 양형이 낮다며 맞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임신을 준비하고 있어 조심스러워하던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봉침 시술을 권하면서 ‘파스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말하는 등 안심시켰다. 피해자가 (쇼크사 등)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면 시술을 거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봉침 시술로 인한 쇼크사의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높진 않지만, 피고인의 설명 의무 위반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B 씨에게 봉침 시술을 하기 전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 않은 사실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제품안내서에 따른 검사 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으나 피부검사를 하지 않고 곧바로 봉침 시술을 한 사실이 의료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피해자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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