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일교차가 클 때 감기 몸살로 오인하기 쉬운 갑상선 질환이 있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갑상샘 저하증)’이다. 유독 추위를 심하게 탄다면 갑상선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갑상선은 목 앞쪽 한가운데에 있는 나비 모양의 작은 기관이다. 갑상선에서는 만들어지는 갑상선 호르몬은 혈관으로 분비되고 혈액과 함께 몸 전체를 순환하면서 우리 몸이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도와준다.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부족해지면 몸의 대사 속도가 떨어져 체온이 낮아지고 기초대사율이 감소해 추위에 약해진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만성 자가면역성 갑상선염(하시모토 갑상선염)이다. 요오드 결핍, 암 또는 결절로 갑상선 제거 수술을 받은 경우, 두경부암으로 경부 방사선 조사를 받은 경우, 갑상선 항진증으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은 경우 등에도 발생할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증상이 매우 다양해 다른 질병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 추위를 많이 타고 땀이 잘 나지 않아 피부는 건조하고 거칠어진다. 대사가 느려져 온 몸에 여러 물질이 쌓여 식사량에 비해 체중이 증가한다. 얼굴과 손발이 붓고 쉽게 피로해지며 의욕이 없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목 안쪽의 성대에도 부종이 생겨 쉰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위장관 운동이 떨어져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심장의 기능이 저하돼 운동할 때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월경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합병증이 초래될 수도 있어 꼭 치료해야 한다. 김원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대부분 오랜 시간에 걸쳐 매우 서서히 진행되고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면서 “하지만 진단이 늦어지면 콜레스테롤 증가로 동맥경화 악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져 심한 경우 전해질 불균형과 함께 의식불명이 나타나는 ‘점액수종성 혼수’와 같은 심각한 합병증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진단하려면 혈액 검사로 갑상선 호르몬 농도와 갑상선 자극 호르몬 농도를 측정하게 된다. 갑상선 호르몬이 감소되고 갑상선 자극 호르몬이 증가된 경우 1차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단한다. 반면 갑상선 호르몬은 감소되고 갑상선 자극 호르몬은 증가하지 않았다면 2차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의심해보고 전반적인 뇌하수체 기능 검사를 하게 된다. 가장 흔한 원인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의 경우 혈중 갑상선에 대한 자가항체를 측정하면 도움이 된다.
보통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 치료한다. 갑상선 호르몬제는 체내에서 생산되는 호르몬과 같은 성분이여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적정량을 복용하면 특별히 우려할 부작용은 없다. 임산부도 복용할 정도다.
김 교수는 “음식물이 약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제를 공복에 아침 일찍 먹고 식사는 1시간 후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철분제, 칼슘제, 제산제 등은 갑상선 호르몬제의 흡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동시에 복용하는 것이 아닌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원료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추가로 복용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오히려 갑상선에 과부하를 줘 기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요오드를 과다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다시마, 미역, 김 같은 해조류 뿐 아니라 천일염과 유제품에도 요오드 성분이 많아 과도하게 복용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특히 만성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이 있는 경우 요오드 섭취가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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