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전 시루섬에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6일 03시 00분


1972년 8월 19일 태풍 ‘베티’가 몰고 온 비구름이 사흘간 충북 단양에 폭우를 쏟아부었다. 이 비로 남한강이 범람하면서 행정구역상 단양읍 증도리에 속해 있던 6만 m² 면적의 ‘시루섬’ 전체가 물에 잠겼다. 섬에 살던 주민 242명은 급격히 불어난 물을 피해 물탱크와 원두막, 철선 등에 올라 서로를 붙잡고 버텼다.

높이 6m, 지름 5m의 물탱크에는 201명이 올라가 15시간을 버티다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생후 100일 된 아기가 압박을 못 이겨 숨을 거뒀지만, 아기의 어머니는 이웃들이 동요할까봐 밤새 아기를 껴안은 채 슬픔을 삼켰다. 단양에서는 이 일을 ‘시루섬의 기적’으로 부르고 있다. 당시 긴박했던 순간과 주민들의 생존기를 담 책 ‘시루섬, 그날’(도서출판 일광·579쪽·사진)이 출간됐다.

책의 저자는 김문근 단양군수이다. 김 군수는 2013년 단양부군수로 부임해 시루섬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기로 마음먹었다. 김 군수는 “당시의 일을 담은 기록이 거의 없어 안타까웠다”며 “생존자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당시의 상황을 가감없이 기록해 남기겠다는 강한 소명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부터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던 생존자 22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녹음을 타이핑하고 당시 신문 기사와 사진을 찾아냈다. 공직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이 일을 멈추지 않았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군수로 당선된 뒤에도 작업은 이어졌다. 책은 주민들이 서로 팔짱을 낀 채 버텨 살아남기까지의 과정을 시간순으로 기록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 덕분에 수해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8월 19일 기념행사도 치렀다. 김 군수는 “군수가 되는 것과 시루섬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내는 것이 꿈이었는데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책을 발간하는 것이었다”며 “시루섬 정신을 후대에 물려줄 ‘단양의 정신’으로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루섬기념사업회는 19일 오후 2시 단양읍 소노문 그랜드볼룸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시루섬#물탱크#김문근 단양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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