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된 기침이 지속될 때 흔히 사용되는 비염 치료제인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만성 기침 치료에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송우정·이지향 교수팀은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알레르기 비염으로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돼 병원을 방문한 환자 중 49명을 무작위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25명) 혹은 위약(24명) 복용 두 집단으로 나눠 2주 동안 약 효과를 분석한 결과, 기침 증상이 두 집단 모두 완화됐지만 호전 정도에 차이는 없었다고 16일 밝혔다.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기침을 일으키는 기전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현장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만성 기침 치료에 항히스타민제 등 비염 치료제가 사용돼 왔다.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기침을 일으킬 수 있다고 흔히 알려져 있기도 하고, 실제로 비염은 물론 기침까지 호전되는 경우가 경험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비염 치료제 중에서도 기존 항히스타민제가 갖고 있던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없앤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물로,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내약성이 우수해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만성 기침 환자에게 흔히 처방돼 왔다.
하지만 2세대 항히스타민제의 기침 완화 효과에 대해서는 적절한 위약 대조 임상시험이 시행되지 않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연구팀 연구 결과 기침과 관련된 삶의 질에 대한 질문에 환자가 응답하는 레스터 기침 설문(LCQ)을 치료 전후로 실시한 결과,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2주 후 설문 점수가 평균 12.49점에서 15.94점으로 3.45점 높아졌다.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12.77점에서 15.81점으로 3.04점 높아졌다. 두 집단 모두 기침 관련 삶의 질이 상승한 정도가 거의 비슷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레스터 기침 설문 점수가 5점 이상 크게 상승한 환자 비율도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36%, 위약 복용 집단은 32%였다.
또 증상의 정도를 환자 스스로 100mm 가로선에 표시하는 시각아날로그척도(VAS)를 활용해 기침, 목 이물감의 중증도를 측정한 결과 두 집단 모두 호전됐지만 호전 정도에 있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의 경우 기침 중증도 시각 아날로그 척도 점수가 평균 31점 낮아졌고,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25점 낮아졌다. 목 이물감 시각 아날로그 척도 점수도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평균 28점 낮아졌는데,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27점 낮아졌다.
송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만성 기침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문제인데,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흔히 처방되고 있었다”면서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알레르기 비염의 표준 치료제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만성 기침 조절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 “이번 결과가 만성 기침 환자에서 불필요한 약제 사용이 줄어드는 계기가 되고 추후 기침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의 연구비를 지원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는 유럽호흡기학회 온라인 학술지 ‘유럽호흡기저널 오픈 리서치(ERJ Open Research)’에 최근 실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