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와D 구분도 못하던 소년범 10명, 수능 도전…“새벽까지 단어 외우기 경쟁”

  • 뉴스1
  • 입력 2023년 11월 16일 10시 57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에서 소년수들이 고사장으로 입장할때 교도관들이 격려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인 수감자들이 교도소에서 수능을 치른 적은 있었지만 교도소 내에 수능시험장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3.11.16/뉴스1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에서 소년수들이 고사장으로 입장할때 교도관들이 격려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인 수감자들이 교도소에서 수능을 치른 적은 있었지만 교도소 내에 수능시험장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3.11.16/뉴스1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6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올해 수능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3422명 줄어든 총 50만4588명으로 재수생과 N수생 등 졸업생은 15만9742명(31.7%)이다.

이날 좀 특별한 수능 고사장과 수능생들이 있다.

서울시 구로구 13지구 제6시험장과 그곳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10명의 수험생들이다.

제6시험장은 서울남부교도소 안에 차려졌다. 당연히 응시생들도 교도소 수감자들로 모두 만 17세가 안 된 소년수들이다.

교도소안에 수능고사장이 차려진 건 사상 처음이다.

이는 배움에 목마른 소년수들이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한 끝에 고졸학력 검정고시를 통과, 대학진학의 꿈을 키웠기 때문이다.

이들이 공부를 시작한 건 지난 3월2일 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가 문을 연 뒤부터.

만델라 소년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남부교도소의 사회복귀과 김종한 과장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고사장에 들어간 제자들이 너무 고맙고 뿌듯하다고 했다.

김 교장은 “남아공 만델라 대통령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고 한 그 말이 소년 수용자들과 상당히 부합되는 것이라 여겨 학교 교훈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며 학교 이름이 만델라 학교로 정해진 배경을 설명했다.

김 교장은 “지난해 전반기까지는 형사처벌을 받은 14세 이상의 소년 수용자들은 모두 김천소년교도소에 수용했었다”며 “작년 하반기 법무부가 ‘범죄와 피해자에 대한 반성을 우선하고 교정, 교화를 강화하는 목적’인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수립한 뒤 17세 이하 소년들을 서울 남부교도소에 수용해 교육과정 진행에 들어갔다”고 했다.

김 교장은 “3월 2일 36명으로 개교를 했으며 지난 8월 27명이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친구들에게 수능 기회를 부여하자는 생각이 들어 수용자들에게 제안을 해 수능 준비반을 만들었는데 그 친구들이 10명이다”고 했다.

김 교장은 “처음 ‘수능을 보자’고 했을 땐 ‘우리가 전과자인데 무슨 대학이냐’라는 패배 의식에 젖어 3~4명밖에 지원을 하지 않았지만 설득을 해 10명으로 시작했다”며 “오늘 이들 10명 모두 고사장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들의 학력 수준에 대해선 “영어 알파벳 B와 D도 구분 못하는 등 기본기가 전혀 없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그런데 “옆 친구들이 하니까 자기도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일반 수용자들은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 되면 하루 일과를 마치지만 이 친구들은 오전 8시에 교실에서 나와서 자율학습과 수업을 하고 오후 5시에 마치고 나면 저녁을 먹고 또 학습실로 내려와서 저녁 9시까지 공부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토요일에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학습실로 나와서 공부를 했다”며 “새벽 1시까지 같이 책상에 모여서 영어 단어 외우기 경쟁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도 정말 놀랐고 기분이 참 좋았다”라며 그만큼 열심히 했다고 제자들을 칭찬했다.

김 교장은 “이들도 ‘수의사가 되고 싶고 인테리어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일반 학생들이 갖는 그런 목표를 얘기하고 꿈을 키우고 있다”면서 “만약 성적이 좋은 친구가 있어 대학교에 입학한다면 학교에 부탁을 해서 휴학한 뒤 출소 후 복학하거나 모범적인 생활을 해 가석방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생각 중이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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