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에서 소년수들이 고사장으로 입장할때 교도관들이 격려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인 수감자들이 교도소에서 수능을 치른 적은 있었지만 교도소 내에 수능시험장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3.11.16/뉴스1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6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올해 수능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3422명 줄어든 총 50만4588명으로 재수생과 N수생 등 졸업생은 15만9742명(31.7%)이다.
이날 좀 특별한 수능 고사장과 수능생들이 있다.
서울시 구로구 13지구 제6시험장과 그곳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10명의 수험생들이다.
제6시험장은 서울남부교도소 안에 차려졌다. 당연히 응시생들도 교도소 수감자들로 모두 만 17세가 안 된 소년수들이다.
교도소안에 수능고사장이 차려진 건 사상 처음이다.
이는 배움에 목마른 소년수들이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한 끝에 고졸학력 검정고시를 통과, 대학진학의 꿈을 키웠기 때문이다.
이들이 공부를 시작한 건 지난 3월2일 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가 문을 연 뒤부터.
만델라 소년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남부교도소의 사회복귀과 김종한 과장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고사장에 들어간 제자들이 너무 고맙고 뿌듯하다고 했다.
김 교장은 “남아공 만델라 대통령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고 한 그 말이 소년 수용자들과 상당히 부합되는 것이라 여겨 학교 교훈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며 학교 이름이 만델라 학교로 정해진 배경을 설명했다.
김 교장은 “지난해 전반기까지는 형사처벌을 받은 14세 이상의 소년 수용자들은 모두 김천소년교도소에 수용했었다”며 “작년 하반기 법무부가 ‘범죄와 피해자에 대한 반성을 우선하고 교정, 교화를 강화하는 목적’인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수립한 뒤 17세 이하 소년들을 서울 남부교도소에 수용해 교육과정 진행에 들어갔다”고 했다.
김 교장은 “3월 2일 36명으로 개교를 했으며 지난 8월 27명이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친구들에게 수능 기회를 부여하자는 생각이 들어 수용자들에게 제안을 해 수능 준비반을 만들었는데 그 친구들이 10명이다”고 했다.
김 교장은 “처음 ‘수능을 보자’고 했을 땐 ‘우리가 전과자인데 무슨 대학이냐’라는 패배 의식에 젖어 3~4명밖에 지원을 하지 않았지만 설득을 해 10명으로 시작했다”며 “오늘 이들 10명 모두 고사장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들의 학력 수준에 대해선 “영어 알파벳 B와 D도 구분 못하는 등 기본기가 전혀 없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그런데 “옆 친구들이 하니까 자기도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일반 수용자들은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 되면 하루 일과를 마치지만 이 친구들은 오전 8시에 교실에서 나와서 자율학습과 수업을 하고 오후 5시에 마치고 나면 저녁을 먹고 또 학습실로 내려와서 저녁 9시까지 공부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토요일에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학습실로 나와서 공부를 했다”며 “새벽 1시까지 같이 책상에 모여서 영어 단어 외우기 경쟁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도 정말 놀랐고 기분이 참 좋았다”라며 그만큼 열심히 했다고 제자들을 칭찬했다.
김 교장은 “이들도 ‘수의사가 되고 싶고 인테리어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일반 학생들이 갖는 그런 목표를 얘기하고 꿈을 키우고 있다”면서 “만약 성적이 좋은 친구가 있어 대학교에 입학한다면 학교에 부탁을 해서 휴학한 뒤 출소 후 복학하거나 모범적인 생활을 해 가석방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생각 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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