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GH, 빈집 활용 사업 추진
평택-동두천에 주민 편의시설 조성
경기도 도시지역에만 빈집 1650채
“철거 후 주차장 만들면 3000만 원”
15일 경기 평택시 이충동의 구도심.
다세대주택 사이에 17년 동안 방치된 빈집이 보였다. 2층짜리 단독 주택인데 벽체는 허물어지기 직전이었고 슬레이트 지붕에는 곳곳에 구멍이 보였다. 주택가에 자리 잡은 면적 747㎡(약 230평) 규모의 빈집은 악취와 붕괴 우려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단골 민원 대상이었다. 인근 주민 이모 씨(64)는 “오랜 기간 아무도 살지 않은 채 비어 있는데 버려진 쓰레기 때문에 여름에는 냄새가 많이 난다”며 “겨울에는 화재가 날까 봐 지날 때마다 걱정”이라고 했다.
● 주민편의시설로 바뀌는 빈집
주민들의 우려는 최근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해당 주택을 허물고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해소될 수 있게 됐다. 다음 달부터 철거 작업을 진행한 후 4층짜리 건물을 세워 임대주택 7채와 주민공동시설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는 경기도와 GH가 추진 중인 ‘경기도형 빈집 활용 시범사업’의 일환이다. GH 관계자는 “빈집을 매입해 임대주택이나 주민 공동 이용시설로 조성하는 사업”이라며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구도심에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처치 곤란이던 빈집이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바뀐다니 다행”이라며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동네 명소가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시범사업 대상지로는 평택시 이충동과 함께 동두천시 생연동이 선정됐다. 동두천시의 경우 경기도와 GH가 빈집을 활용해 아동 돌봄센터를 만들기로 하고 올 8월 착공한 상태다. 공사가 끝나면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연면적 872㎡(약 260평)의 건물이 생기게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동두천에는 도 전체 빈집의 10% 이상이 모여 있지만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돌봄센터는 1곳밖에 없어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건물 1, 2층에 커뮤니티 공간과 북카페, 창작공간 등이 생겨 만 6∼12세의 방과 후 돌봄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3층에는 취약계층 아동과 부모에게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림스타트 센터’가 들어선다.
● ‘빈집’ 정비 시 최대 4000만 원 지원
경기도 내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 28곳에 1650채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빈집을 그대로 둘 경우 동네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물론 사고와 범죄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기도는 2021년부터 자체 ‘빈집 정비 지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가평·연천·양평군은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빈집 관리를 따로 한다”며 “농어촌 빈집이 인구 감소와 관련 있다면 도시 빈집은 거주자 사망 후 소유권 분쟁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해 해결도 그만큼 어렵다”고 했다.
경기도는 지원 사업을 통해 빈집 소유주에게 철거할 경우 최대 1000만 원까지 비용을 지원한다. 철거 후 주차장과 텃밭 등 공공시설로 2년간 활용하면 철거 비용을 포함해 최대 3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집을 보수할 경우 최대 1000만 원(4년간 공공 활용 시 최대 4000만 원)을 지원한다. 안전 조치에 필요한 비용도 6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경기도는 이 사업을 통해 올해 수원·용인·고양·이천 등 12개 시에 있는 빈집 59채의 철거나 보수를 지원했다. 철거된 터에는 마을 주차장과 정원 등을 만들었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최모 씨는 “안전사고나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빈집을 정비하니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했다.
김기범 경기도 도시재생추진단장은 “앞으로도 도시 미관을 해치고 각종 범죄 장소로 이용될 수 있는 빈집이 지역의 골칫거리에서 도시재생 거점 공간으로 바뀔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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