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 “합법 대마” 홍보, “중독 느낌… 대마 궁금해져” 댓글
업체 “유해성 없다고 검증” 주장
합성 니코틴 사용 규제 근거 없어
“마약 투약으로 연결 관문될 수도”
“막상 피워 보니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불법만 아니면 진짜 대마초 흡연을 시도했을 것 같아요.”
김모 씨(42)는 “완벽하게 실제와 유사한 향을 구현했다는 업체 광고를 보고 궁금해져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마향이 나는 전자담배 액상을 샀다”며 “은근히 중독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마초 향을 재현한 전자담배 액상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에선 “규제 대상인 대마 성분이 없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마약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투약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대한민국 유일 합법 대마’ 광고
16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선 한 업체가 ‘대한민국 유일 합법 대마’라는 문구와 함께 합성 니코틴을 사용해 만든 대마향 전자담배 액상 30mL를 3만1000원에 팔고 있었다. 상품 후기는 1500개가 넘었는데 “대마초의 새로운 경험이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했다”, “덕분에 진짜 대마가 더 궁금해졌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 온라인 쇼핑몰에선 다른 업체도 ‘이것은 대마인가, 액상 담배인가’ 등의 문구를 내걸고 합성 니코틴을 사용해 제조한 대마향 전자담배 액상 두 종류를 팔고 있었다. 액상을 사면 대마 문양이 포함된 스티커와 대마 종이로 만든 디자인 카드를 사은품으로 함께 준다고도 했다.
한 판매업체 대표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기준을 충족했고 합법적으로 사업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제품의 유해성은 없는 것으로 검증됐다”고 밝혔다.
마약류관리법상 불법으로 분류된 대마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칸나비디올(CBD) 등의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대마향 액상에는 THC와 CBD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지낸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한 판매업체에서 밝힌 가향 성분 4종류는 모두 마약 성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위해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 법적 규제 없는 사각지대
대마향 전자담배 액상을 두고선 다른 가향 액상과 달리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 부처에서 감독하거나 규제할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먼저 담배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연초의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만 담배로 간주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전자담배 액상이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건 맞다”면서도 “합성 니코틴에 대한 유해성 검증이 안 돼 담배에 포함하는 건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정의된 제품만 세부 성분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환경부는 화학물질 수입량이 연간 100kg 미만인 경우엔 ‘위해성 심사’를 안 한다. 업체 스스로 신규 화학물질인지, 위해성이 있는지 체크해 환경부에 제출하고 수입하는 식이다.
가향 전자담배 액상이 흡연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2019년 9월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전자담배 액상에 가향 물질 첨가를 금지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아 20대 국회 임기 만료 후 폐기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법이 없어 세부적으로 어떤 향을 넣었는지까지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마향 전자담배 액상이 마약류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기고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약범죄 전문 이승기 변호사는 “마약향이 나는 전자담배가 기호식품처럼 받아들여지면 마약으로 연결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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