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금융단지에 10곳 사무실 마련
입주한 5개 기관도 본사는 서울에
“조세 혜택 등 제공해 정착 도와야”
유치 위한 지원 촉구 목소리 커져
박형준 부산시장이 10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3층 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기관 2개사 통합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을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마련된 외국계 금융기관 입주 공간이 3년째 절반이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부산시가 파격적인 지원책을 제시하며 유치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의 63층 건물인 BIFC 가장 위층에 조성된 ‘디스페이스(D-Space)’의 사무실 10곳 중 5개만 사용되고 있다. 시는 2020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 활동에 나서 여태껏 BMI그룹, 요즈마그룹코리아, 한국씨티은행, 유아이비손해보험중개, 라이나원 등이 입주했다. 유아이비와 라이나원 등 세계적인 보험회사로 알려진 2곳은 최근 입주를 완료해 10일 개소식이 진행됐다. 나머지 3곳은 지난해 7월 입주했다.
디스페이스는 외국계 은행이나 보험사, 핀테크 전문 기업 등이 부산에 둥지를 틀게 해 지역의 금융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2019년 12월 63층 전체를 매입하면서 전용면적 1568㎡(약 474평) 가운데 521㎡(약 158평)를 부산시에 25년간 무상으로 빌려줬다. 시는 이곳에 디스페이스를 만들고 총 10개 외국계 금융기관이 들어올 수 있게 10곳의 사무공간을 마련했다.
10일 열린 개소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세계적인 금융기업이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하면 부산이 세계적인 금융허브 도시가 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며 “파급력이 큰 정책금융기관을 추가로 유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의 노력에도 외국계 금융기관은 아직까진 부산보다 서울에 자리 잡는 걸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수의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한국의 금융 중심지로 여겨지는 서울 여의도를 한국 사무실을 두기 위한 곳으로 우선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페이스에 입주한 5개 기관 대부분도 한국 본사는 서울에 두고 부산에는 3명 안팎의 직원만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부산에 외국계 금융기관을 유치하려면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울산 경남 등에 집중된 선박과 해양 산업 분야에 특화된 사업을 추진할 외국계 기업을 끌어오는 등 유치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 국제금융 전문가인 김현성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산은 다른 국가의 금융도시와 비교해 해양 선박 분야의 금융 인프라가 독보적으로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저명한 외국계 대형 은행의 본사가 부산에 둥지를 틀면 다른 금융기관들도 잇따라 부산에 몰려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근호 동의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법인세 면제 등의 조세 특례 혜택을 주고 가족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지원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등 부산시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국내 유명 선박 기업의 본사도 부울경이 아닌 서울에 있어 선박과 관련한 전문 금융기관 유치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지도 있는 금융기관과 함께 금융 관련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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