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재판에서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부디 제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10분간 최후진술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꺼내든 이 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개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지배구조를 투명화·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며 “재판부 앞에서 검사의 주장처럼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속이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제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저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다”며 “이런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을 언급하면서는 “늘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며 “만약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목이 멘 듯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으며 원고를 쥔 손이 떨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부회장이던 2015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법상 거짓 공시 및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합병 단계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시세조종 등이 이뤄졌는데 이를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는 점, 의사 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을 고려한다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그 과정에서 각종 위법행위가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5억 원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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