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대 정원 증원 수요조사' 발표 무기한 연기
전문가 "의료취약지 중심…시·도가 정책파트너 돼야"
의료계 "수요조사 비과학적"…정치권은 "지역의사제"
의과대학 증원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당초 이번주 공개 예정이었던 의과대학 증원 수요 조사 결과가 다시 연기됐다. 의료계가 수요조사를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한 데다, 의대가 아닌 지역 의료 격차 중심으로 정원 배분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오면서 수요조사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예정됐던 의과대학 증원 수요조사 결과 공개를 구체적인 발표 일정도 없이 또 연기했다.
복지부와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전국 40개 대학에 ‘의대 정원 증원 관련 현장 의견조사’ 공문을 보내 2025~2030년까지 희망하는 증원 규모를 요청한 바 있다.
복지부는 수요조사 발표 계획을 두 차례나 미뤘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따로 발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추후 발표 계획도 확정된 게 없다”면서 “(발표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역·필수의료 확충을 위해서 의과 대학의 수요와 역량에 따른 배분보다는 시도 별로 부족한 의사 수를 기준으로 증원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지난 16일 국회입법조사처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동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주관한 의사인력 증원 관련 토론회에서 “대학이 아닌 지역 간 의료 격차와 의사 수 격차를 근거로 의대 정원을 배분하고 의료 취약지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고 했다.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시·도가 보건복지부의 정책 파트너가 돼야 한다”면서 “시·도는 지역보건법에 따라 4년마다 지역 보건의료 현황에 대한 수요조사를 하며, 지역에 필요한 필수의료 인력이 얼마인지, 의사가 얼마나 필요한지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오는 21일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만 19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동의했다. 정치권에서도 지역의사제와 지역·공공의대 신설에 대한 압박 공세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대증원 정책 목표와 함께 지역·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를 함께 추진해야 지역·필수 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8일 지역·필수·공공 의료살리기 태스크포스(TF)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도 의료인들이 양성되고 난 다음 다 수도권으로 올라오지 않느냐”면서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설립 관련 계류된 법안들을 신속히 협의해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의대 총정원을 수요조사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평행선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지난 15일 열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수요조사를 진행하는 대학과 부속병원,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 모두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현실을 왜곡하고 각자 목적에 변질될 것”이라며 “고양이에게 얼마나 많은 생선이 필요하냐고 묻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 역시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대학별 의과대학 증원 수요조사 결과로 의대 총정원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복지부는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역량 조사를 한 후, 대학들의 실제 교육 역량을 검증하고 의료계와 환자·소비자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의대 증원 규모를 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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