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흥 부산외국어대 총장
입학 후 전공-교양 자유롭게 수강… 2학년 진학 때 가고 싶은 학과 선택
성적 아닌 학업 흥미로 학과 정하고, 교수들도 수업에 더 전념하게 될 것
무료 조식-무료 카페 등 복지 최선
“학생 누구든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게 만들겠습니다.”
장순흥 부산외국어대 총장(69)은 17일 부산 금정구 부산외대 총장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100% 자율전공제를 시행해 대학 교육의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자율전공제는 입학 후 1년 동안 원하는 전공과 교양 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하고 2학년이 될 때 가고 싶은 학과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부산외대는 자율전공제 시행을 위해 2024학년도 신입생 약 1500명을 별도 소속 학과 없이 모집하고 있다.
장 총장은 “2학년 진학 때 영어나 중국어 전공 등에 많은 이들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모든 학과에 학생들이 골고루 지원할 것”이라며 “동남아와 중동 지역 언어를 전문적으로 학습하는 4년제 대학이 국내에 드물어 관련 학과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학생 수요가 꾸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1500명 가운데 500명 이상이 특정 학과에 지원해도 모두 원하는 학과로 소속되게 할 계획이다. 장 총장은 “학생이 몰리는 학과에는 더 많은 교수를 채용해 수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비인기 학과로 평가됐던 학과의 교수들은 내년 1학년을 상대로 학과의 강점을 홍보하며 학생 유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은 학과에선 더 질 높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학생 대비 교수 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학생 수가 적은 상황이 수년간 되풀이되는 학과는 규모 축소 등이 자연스레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 총장은 “자율전공제 시행으로 학생이 성적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는 일이 없게 하고, 교수의 존엄도 지켜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대 교수는 대입을 앞두고 고등학교를 돌며 학교를 홍보하는 영업사원 역할을 했다”며 “자율전공제가 시행되면 총장과 입학처가 신입생 모집을 책임진다. 교수는 재학생의 수업에 더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장 총장은 학생들에게 ‘PSC’ 전수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PSC는 장 총장이 고안한 교육 방식이다. P는 문제 발견 및 해결(Problem Finding and Solving), S는 스스로 학습(Self Learning), C는 협업(Collaboration)이다. 중요한 문제를 발견한 뒤 스스로 공부하고 동료와 협력을 거쳐 해결법을 찾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벌이겠단 뜻이 담겼다. 장 총장은 “단순한 문제는 인공지능이 모두 해결할 것”이라며 “PSC 교육을 통해 좀 더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키워내겠다”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학생 섬김’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학교 행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10일 개원한 ‘보아스 메디컬 클리닉’이다. 이는 보건 당국에서 의료기관 개설 승인을 받은 학교 부속 의원으로 구성원 누구든지 아프면 내과와 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예방접종도 가능하다. 장 총장은 “언어 문제로 통원 치료에 불편함을 겪는 외국인 유학생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며 “교직원들도 아플 때 멀리 떨어진 병원에 가려고 힘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부산외대는 올 1학기 때부터 ‘무료 조식, 무료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장 총장은 “백화점에 마련된 특별 공간에서 커피를 무료로 대접받는 사람을 VIP라고 하더라. 학생 누구나 학교의 VIP로 존중받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 총장은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2년부터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014년부터 8년간 경북 포항의 한동대 총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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