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해야 한다며 30분 뒤에 구급차를 보내달라는 신고를 받고도 성실하게 출동한 소방관이 되레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경고처분까지 받았다. 소방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20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소방본부와 인천시는 악성 민원에 시달린 대원은 징계하면서 시민 안전을 위한 예산 확보는 외면하고 있다”며 “대원에게 내려진 징계를 당장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로 7년 차 소방공무원인 A 씨는 8월 7일 “열과 콧물 때문에 힘들어 병원에 가야 한다. 다만 샤워를 해야 하니 30분 뒤에 구급차를 보내달라”는 신고를 받았다. A 씨는 신고자가 요구한 시각에 비슷하게 맞춰 현장에 도착했지만, 정작 신고자는 8~9분이 지난 뒤 집에서 유유히 걸어 나왔다.
신고자가 응급환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A 씨는 “구급차를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고 당부한 뒤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후 신고자는 모멸감을 느꼈다며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이에 A 씨는 스트레스로 인해 단기 입원을 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인천소방본부는 A 씨에게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매사 친절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도 불친절한 응대로 불필요한 민원을 야기했다”며 1년간 포상이 금지되는 경고 처분을 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악성 민원에 시달린 대원에게 징계까지 하는 인천소방본부와 인천시의 모습은 ‘강약약강’(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함)”이라며 “하위직 소방관에게 했던 경고를 행정안전부를 향해 해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소방관은 징계하면서 시민 안전을 위한 예산은 외면하고 있다”며 인천광역시가 인천시민과 소방관의 안전을 위해 소방안전교부세를 소방 분야에 전폭 배정할 것을 요구했다.
소방안전교부세는 지방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시도 소방관의 처우가 달라지는 것을 막고 균등한 소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낡고 열악한 소방 장비의 교체, 청사 환경 개선 등 소방 인력과 소방 장비, 소방 안전관리의 목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소방안전교부세의 75%를 소방 분야에 사용하게 돼 있는 조항을 올해 말 폐지하고 이를 시도의 자율에 맡기려 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이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는 게 전공노 소방본부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자체 치적 쌓기에 이 예산이 악용되지 않도록 인천시는 소방안전교부세를 소방 분야에 전폭 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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