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에서 비대면 헬스케어 업체를 운영해 온 사업가 A 씨(26)는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본인이 다녔던 대학 익명 커뮤니티 등에 구인 모집 글을 올렸다. A 씨는 이렇게 모은 대학과 동아리 후배 32명과 모의해 이들을 정규직 근로자로 고용한 것처럼 꾸몄다.
이후 A 씨는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등에 허위 근로계약서를 제출해 2년에 걸쳐 청년채용특별장려금 등 4억 원 상당의 국고보조금을 부정으로 수급했다. 직원들이 실제 사무실에서 근무한 시간은 하루에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등 33명은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A 씨를 포함해 서울 소재 15개 업체 사업주 등 110명을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전원 불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부정수급액은 약 16억 원에 달한다. 이 중 4억 원은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가 이뤄졌다. 또 경찰은 관계기관과 공조해 죄질이 무거운 일부 업체에 대해선 부정수급한 보조금의 2~5배에 달하는 20억3000만 원을 환수하도록 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 정부가 비대면 심사를 통해 재난지원금이나 채용장려금을 지급한 것을 노리고 이와 같은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격 요건만 갖추면 별도의 대면 심사 없이 보조금 지급이 이뤄진 점을 악용한 셈이다.
서울 종로구 소재 여행사 대표 B 씨(50)는 정상적으로 근무하던 직원 11명으로부터 허위로 휴직동의서를 받아 고용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 4억 원을 부정수급했다. 해당 지원금이 월 급여의 최대 80%까지 지급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한 정보통신(IT) 기업 대표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직업훈련 강사에 자신을 등록한 후 소속 근로자의 계정을 도용해 자신의 강의를 허위로 듣게 했다. 그는 소속 근로자 10명의 정부 운영 직업훈련 사이트 계정을 확보해 직원 몰래 자신이 강사로 등록한 강의를 허위로 수강하도록 신청하는 등 보조금 2억4000만 원을 부정으로 받았다.
이밖에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빌려 허위 근로자로 등록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유령 급여수급자를 등록해 노인장기요양급여 1억 원을 부정수급한 요양원 대표도 붙잡혔다.
경찰은 올 3월부터 10월까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집중단속 끝에 이같은 범행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휴직, 휴업 서류에 서명하거나 영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대여만 해주더라도 부정수급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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