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법 개정안 소방청도 찬성
119 환자정보 병원들에 동시 전송
의료진도 진료기록 확인 가능해져
이르면 내주 법안소위서 논의
앞으로는 응급환자의 정보를 119구급대와 병원이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 공유를 가로막았던 법적 장벽이 해소되면 구급대원이나 응급실 의료진이 병원마다 일일이 전화해 설명하지 않아도 치료가 시급한 환자의 정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다른 병원에 알릴 수 있다. 이는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떠도는 ‘표류’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응급환자 정보 공유 가로막는 장벽 해소”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에 따르면 최근 소방청은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기존 (반대) 의견을 철회하고 동의한다”는 의견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법안은 ‘응급의료정보통신망을 통해 응급환자의 인적 사항과 검사·치료 결과 등 건강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환자 정보를 119구급대와 병원 등이 손쉽게 주고받도록 했다.
현행법상 응급환자의 인적 사항과 치료·검사 결과는 민감정보에 해당해 응급의료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유할 법적 근거가 없다. 119구급대가 현장에서 작성한 구급활동일지와 응급환자번호(EPN), 각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이 서로 연계되지 않는다. 이에 환자를 이송하거나 전원(轉院·병원을 옮김)할 때마다 119구급대원이나 응급실 의사, 상황실 직원이 병원에 전화해 환자의 상태를 다시 설명하고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해야 한다.
이 같은 ‘정보 칸막이’는 대형 재난 때마다 취약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대표적이다.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전국 응급실의 가용 병상과 인력을 관리하며 특정 병원 쏠림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이태원 참사 땐 환자가 어느 병원으로 이송됐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어서 병원마다 전화해서 물어야 했다.
● 구급대원이 태블릿PC로 환자 정보 병원에 전송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119구급대원이 태블릿PC로 기록한 환자 정보를 여러 병원에 동시에 전송해 수용 가능 여부를 일괄적으로 확인하고, 해당 환자의 기존 진료기록을 의료진이 찾아보는 것도 가능해진다. 중증응급 환자가 어느 병원으로 몰리는지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전문 의료진이 부족한 중소 병원은 환자를 수술해 줄 병원을 찾기 쉬워진다.
그간 소방청은 이 법안에 대해 “(소방청이 보건복지부 등에) 제공해야 하는 정보의 범위와 종류가 지나치게 넓다”며 반대 입장을 보여 왔다. 소방청의 환자 이송이 적절했는지 타 부처가 감시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환자 정보를 수집 목적으로만 이용한다”는 수정 문구를 넣으면서 소방청도 찬성으로 선회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환자 이송 및 치료와 무관한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공유될 우려가 해소됐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응급환자의 기록을 이송부터 최종 치료 결과까지 추적 관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119구급대가 직접 이송한 환자의 최종 치료 결과를 알 수 있게 되면 비슷한 환자를 태울 때 더 나은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체 병상과 인력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 주 복지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된다. 관계 부처가 모두 동의했고 여야가 공감하는 만큼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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