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2인이상 가족 지원’ 불만 많고
귀농-귀촌 줄지만 1인 비율은 늘어
지원 조건 완화해 인구유치 경쟁
“혼자 귀농하는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아 적응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에서 직업군인으로 13년간 복무하고 전역한 우정호 씨(40)는 2019년 귀농지를 찾기 위해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생각하다 연고가 없었던 경남 밀양시를 택했다. 우 씨는 “처음 귀농지를 정할 때만 해도 1인 귀농·귀촌인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 곳이 많지 않았는데 밀양이 비교적 충실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했다. 우 씨는 밀양에서 결혼한 뒤 자녀 2명을 낳아 4인 가족을 이뤘다. 또 최근엔 특용작물 초피나무 열매를 재배해 올해 일본 수출에도 성공했다. 그는 “1인 귀농·귀촌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정착할 지역에 대한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라고 강조했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들이 최근 우 씨 같은 ‘1인 귀농·귀촌인’ 유치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가족 단위 귀농인을 유치하기 위해 ‘2인 이상’에 대해서만 정착을 지원하던 지자체 중에서도 조례 등을 바꾸며 진입 장벽을 낮추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
경남 하동군은 기존 귀농·귀촌 지원 조건에 ‘가족 1명 이상과 함께 전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없애고 내년부터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동군 전입자는 1118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4분의 3가량인 835명이 1인 가구였다고 한다. 하동군 관계자는 “나 홀로 귀농한 이들 사이에서 가족까지 같이 전입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조건에 불만을 많이 제기했다”며 “일부는 전입을 포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충북 보은군도 올 9월 조례를 개정해 1인 가구 귀농·귀촌 지원을 강화했다. 기존 2인 가구 이상, 2년 이상 거주로 제한했던 지원 대상을 1인 가구, 6개월 이상 거주로 완화한 것이다.
지자체가 1인 귀농·귀촌 유치에 공을 들이는 건 최근 귀농·귀촌인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1인 귀농·귀촌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올 6월 발표한 ‘2022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 가구는 1만2411가구로 전년도(1만4347가구)에 비해 13.5% 감소했다. 1인 귀농도 줄긴 했지만 전체 중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보다 0.8%포인트 늘어난 75.3%였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3년 57.8%였던 것에 비하면 9년 만에 17.5%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1인 귀농이 대세가 된 만큼 지자체들이 나 홀로 귀농인에 대한 인적 네트워크 제공 등 실효성 있는 전입 유인책을 내놓아야 지방소멸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문호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착 초기 귀농인이 농지와 주택을 매입할 때 한눈에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혼자 귀농한 경우 초기 정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편의시설을 늘리고 필요한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멘토링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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