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까지 복제할 줄은”…위조 상품권 여파 명동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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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23일 0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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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명동 상품권 거래소 상인이 진짜 상품권에만 보이는 홀로그램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1
22일 명동 상품권 거래소 상인이 진짜 상품권에만 보이는 홀로그램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1
“보세요. 진짜 상품권은 이렇게 홀로그램이 보이거든요. 위조 상품권도 똑같았다니까요.”

서울 중구 명동 인근에서 상품권 거래소를 운영하는 30대 남성 임모씨는 한달 전 대형마트 위조 상품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전 기자가 찾은 명동 거리엔 상품권 거래소가 10곳 정도 몰려 있었다. 그중 위조 상품권 피해를 봤다고 알려진 점포 7군데를 찾아가 보니 4곳 정도만 운영 중이었다. 손님들이 드나드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반면 상품권 거래소 사이사이에 위치한 환전소에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 위조 상품권 여파 손님 ‘뚝’…상인들도 ‘조마조마’

당시 1억5000여만원 넘게 피해를 봤다는 임씨는 “주로 월말마다 대량으로 상품권 거래가 이뤄지는데 하필 그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며 “상품권만 보면 이제 ‘시한폭탄’ 같아요. 언제 또 어디서 위조라고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 말했다.

지난달 27일 명동을 중심으로 대형마트 위조 상품권이 7억원 이상 유통됐다. 경찰에 붙잡힌 일당은 위조 상품권을 판매한 범죄수익금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총책에게 송금하는 이른바 ‘환치기’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한달이 지난 지금도 상인들은 상품권 이야기에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영업 중인 거래소에 들어가봤지만 수억대 피해를 입어 예민해진 상인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거래소에 손님들이 드문드문 들어가기도 했지만 정작 사지는 않고 금세 나오곤 했다. 한 거래소에서 나오던 50대 여성 A씨는 “백화점 상품권을 얼마에 파는지 거래소마다 물어보고 있다”며 “위조 피해가 크다고 들어서 별 차이가 안 나면 그냥 백화점 가서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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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권 거래량 당분간 ‘절반’만…월초 ‘백화점 상품권’ 위조 소문 돌기도

스산해진 상권 분위기만큼이나 상품권 거래도 움츠러들었다. 상품권 뭉치만 상인들 책상에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임씨는 “원래 한달에 10억~15억씩 거래했는데 이제는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하고자 거래액을 5억~10억 정도로 줄였다”며 “이마저도 다 팔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11월 초에 모 백화점 상품권이 위조됐다는 소문이 또 들려왔어요. 연달아 이런 일이 생기니까 정말 그땐 상권이 더 난리였죠”라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들은 위조 상품권 사기를 막고자 계좌이체로만 거래하거나 최신 감별기를 마련하는 등 나름의 대비책을 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인근에서 상품권 거래소를 운영하는 40대 남성 A씨는 “거래할 때 더 조심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게다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상황”이라 전했다.

다른 거래소 상인 60대 여성 B씨는 “사건 터지고 해당 대형마트 상품권 가격이 뚝 떨어져서 거의 거래가 안 되고 있다”며 “비슷한 일이 또 터지면 이쪽 일대에 손님들 발길이 더 끊길 텐데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품권 거래소는 공식 판매처가 아니다 보니 손해를 보상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위조 상품권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거래소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몫이 됐다.

상인들은 피해 규모가 생각보다 더 클 거라 입을 모았다. 거래소 상인 C씨는 “상품권 도매업이다 보니 거래소끼리도 상품권을 사고팔고, 온라인 중고마켓에서도 소비자들끼리 거래하고 있다”며 “위조 상품권 피해가 어디까지 더 퍼져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한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0일까지 인출책 일당 중 4명을 검거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범으로 보이는 2명에 대해 추가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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