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한 시민이 화염에 휩싸인 택시로 뛰어들어 택시기사의 목숨을 구했다.
23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40분경 연제구 연산동 한 교차로에서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던 전기차 택시가 1층 가게를 들이받았다. 충돌 직후 택시에서는 불길이 치솟았다.
차량 앞쪽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차량 내부로 번졌다. 70대 택시기사 A 씨는 문을 열긴 했지만 안전벨트를 풀지 못해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사고 현장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서 친구와 통화하며 귀가 중이던 유세림 씨(34)는 ‘쾅’하는 큰 소리를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A 씨의 옷에까지 불이 옮겨붙은 것을 본 유 씨는 재빠르게 택시를 향해 뛰어갔다. 이어 불길이 번진 택시 속으로 몸을 집어넣어 A 씨의 손을 잡아 밖으로 끌어냈다.
유 씨는 “택시 문은 열려 있는데 안전벨트 때문인지 기사분이 왼쪽 발만 바깥에 빼놓은 채 나오질 못하고 있더라”며 “옷까지 불이 옮겨붙은 상태여서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불이 엄청 크게 나서 그저 ‘빨리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유 씨 도움으로 차량에서 빠져나온 A 씨의 온몸 여기저기엔 흰 연기가 솟아올랐다. 이때 또 다른 시민이 달려와 A 씨와 택시에 소화기를 분사했다.
이 사고로 A 씨는 안면부와 팔, 다리 등에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불은 택시와 가게를 태우는 등 약 52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50여 분 만에 진화됐다.
119 소방대원들은 전기차 주변으로 이동식 침수조를 설치해 물을 채운 뒤 차체 하부 배터리 부분을 담그는 방식으로 불을 껐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직후 택시기사가 잠시 패닉 상태를 보여 행인이 운전자를 신속하게 구조해 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민 도움으로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제경찰서는 A 씨를 구한 시민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A 씨는 “사고 당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에 차량 결함 여부 및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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