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53·사진)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메디시스 외국문학상에 선정되었습니다. 한국 작가로는 처음입니다. 이 상은 움베르토 에코나 밀란 쿤데라, 오르한 파무크같이 세계적으로 쟁쟁한 작가들이 받아온 상입니다.
한강은 연세대 재학 시절, ‘시창작론’ 시간에 시 ‘이월’을 발표하면서 정현종 교수로부터 ‘무당기가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훗날 그는 이 경험이 자신을 작가로 이끌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졸업하던 해 ‘서울의 겨울’ 외 4편의 시를 계간지 ‘문학과 사회’(1993년)에 발표하면서 등단한 그는 이듬해 서울신문에 단편 ‘붉은 닻’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소설을 집필하게 됩니다. 이후 대표작인 ‘내 여자의 열매’와 ‘몽고반점’ 등으로 대중에게도 알려졌습니다.
이 중 연작 소설집 ‘채식주의자’에 수록된 ‘몽고반점’은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됩니다. 1970년대생으로는 그가 처음이었습니다. 수상 당시 다른 젊은 문인들과 구분되는 그만의 웅숭깊은 세계관과 섬세하고 치밀한 묘사, 진중한 문장은 당대 평단으로부터 ‘차세대 한국문학의 기수’라는 평을 끌어냈습니다.
흔히 한강의 작품세계를 시(詩)적이라고 합니다. 동시에 리얼리즘과 환상적 구상이 결합된 표현 방식 때문에 남미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연상시킨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강은 폭력적인 사회가 소외시키는 개인(채식주의자), 광주 민주화운동의 비극과 아픔(소년이 온다), 그리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기록하는 듯한 제주4·3사건(작별하지 않는다)에 이르기까지, 사회와 역사에 상처받고 짓밟힌 개인을 외면하지 않고 꾸준히 이야기해 왔습니다.
2016년에는 대산문화재단의 번역 지원을 받아 영국에서 출간된 소설 ‘채식주의자’가 독특한 문학성을 인정받아 파무크, 옌롄커 같은 해외 유수한 작가들을 제치고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선정됩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이지만 아시아에서도 최초였습니다. 이후 2017년 ‘희랍어 시간’으로 한 차례 메디시스상 후보에 오른 그녀는, 마침내 이번에 이 상을 받게 됩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사건을 세 여자의 시각으로 풀어낸 소설입니다. 주인공 경하가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앵무새를 돌봐주러 간 제주에서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기억을 통해 아픈 역사를 되짚는 내용입니다.
작가 한강이 지금까지 보여준 문학 여정은 단순히 세계적인 권위의 문학상에 기대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인 작업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문학이 세계 독자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새로운 문학적 차원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부커상에 이은 그녀의 이번 메디시스상 수상은 뜻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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