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 기각’ 판사 얼굴 싣고
‘정치 판사’ 등 모욕적 표현 글 게재
법원 형사 대응 나서자 자진 철거
법원행정처가 신상털기와 인신공격 등으로 위협받는 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방 현수막을 내건 시민단체를 형사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행정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비방하는 현수막을 게시한 시민단체를 13일 옥외광고법 위반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과 강남역 일대에 건물 1개 층을 가릴 수 있는 크기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유 부장판사의 얼굴 사진과 함께 ‘정치 판사’ 등 모욕적 표현을 담았다. 행정처가 형사 대응에 나서자 이 단체는 23일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 내걸었던 현수막을 자진 철거한 데 이어 24일에는 강남역에 설치했던 현수막도 철거했다. 행정처는 추가로 현수막이 게시되지 않는 게 확인되면 기존 고발 취하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처럼 행정처 명의로 현수막 게시자를 고발한 건 이례적이다. 앞서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등 고위 법관에 대한 비방뿐만 아니라 일선 판사의 판결 내용 등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여러 차례 걸린 적 있지만 고발 조치까지 이어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행정처는 유 부장판사가 최근 주변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점 등을 감안해 무분별한 비방을 방치하면 피해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조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장판사는 별도로 고발 조치 등을 요청하진 않았다고 한다.
행정처 관계자는 “집회 시위와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일선 판사들을 위축시켜 실제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이 같은 모욕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행정처는 법관 모욕에 대한 공식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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