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실용적 옷 소비 해법
킬로숍, 코트 등도 값싸게 구입 가능
‘온라인의 반값’ 창고형 가게도 인기
“청년층 실용적 소비 시장 커질 것”
“빈티지 옷 100g을 2900원에 팝니다.”
23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의 한 옷 가게. 평일 낮 시간대였지만 옷을 구경하는 손님들로 붐볐다. ‘100g에 2900원’이라는 안내문이 붙은 저울에 외투 1벌과 겨울 치마 2개를 올려놓자 1.12kg으로 측정돼 3만2480원에 살 수 있었다. 옷 1벌당 1만 원에 불과해 통상 10만 원이 넘는 겨울옷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다.
최근 의류·신발 가격이 31년 만에 최고 폭으로 상승하는 등 고물가 여파가 이어지자 옷을 무게 단위로 판매하는 이른바 ‘킬로숍’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게 사장인 황재민 씨(37)는 “주로 20, 30대 청년들이 니트나 코트, 재킷처럼 일반 가격으로 사면 비싼 옷을 저렴하게 구매해 가는 편”이라며 “평일엔 20∼30명, 주말엔 2배 넘는 손님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 ‘5000원 균일가’ 창고형 옷 가게도 인기
최근 식재료비 인상으로 외식비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 여파는 의류 판매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의류·신발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을 기록했다. 2020년 100을 기준으로 측정한 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103.9)에 비하면 약 8.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8.3% 올랐던 1992년 5월 이후 3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이에 MZ세대 사이에서는 옷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게들이 ‘핫 플레이스’(인기 있는 장소)로 떠올랐다. 23일 킬로숍에서 옷을 사 간 오숙영 씨는 “친구에게 전해 듣고 경기 수원에서 찾아왔다”며 “겨울옷은 여름옷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싼데 저렴하게 팔아 여러 벌 사서 한 철 입기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옷 한 벌을 5000원 등 균일가로 저렴하게 파는 옷 가게나 창고형 옷 가게도 인기다. 이날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의 지하 옷 가게에선 티셔츠와 바지를 각각 5900원 균일가에 팔고 있었다. 이곳에서 옷을 구입한 김서은 씨(26)는 “근처 브랜드 옷 가게는 바지 한 벌에 6만 원이라 비싸서 안 샀는데 여기서는 바지와 티셔츠까지 두 벌이나 샀다”며 “요즘 옷뿐만 아니라 음식값도 비싸서 생활비 지출이 큰데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에서 창고형 옷 가게를 운영하는 강대현 씨(52)는 “동대문시장에서 가져온 옷을 7000원에서 2만 원 사이에 판매하는데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며 “온라인 쇼핑몰의 반값에 팔다 보니 서울이나 인근 도시에서 찾아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 전문가 “실용적 소비 당분간 이어질 것”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이런 소비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비나 생필품 등 필수 영역의 물가가 계속 올라가니 부차적인 영역에서라도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이라며 “고물가로 인한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실용적 소비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패션과 관련한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젊은층은 오래 입을 수 있는 비싼 옷보다 트렌드에 맞는 저렴한 옷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킬로숍 같은 가게는 앞으로도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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