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쥐나면 ‘하지정맥류’…‘부츠·레깅스’ 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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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27일 0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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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또 쥐! 쥐났어!”

30대 여성 A씨는 최근 자다가 종아리 근육경련으로 깨는 날이 잦아졌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근육경련이 잘 생긴다는 주변 조언에 안 먹던 영양제도 먹어봤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되레 발가락에 조금만 힘을 줘도 근육에 경련이 생기기도 했다.

근육경련뿐만이 아니었다. 한쪽 다리만 유독 붓고 묵직했다. 다리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에 병원에 간 A씨는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았다. “종아리에 울퉁불퉁 핏줄이 튀어나오지도 않았는데 하지정맥류라뇨?” A씨가 정색을 하며 묻자 의사는 “하지정맥류여도 종아리에 핏줄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A씨가 진단받은 하지정맥류는 정확한 질환명은 아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의 판막에 이상이 생겨 발병하는 혈관질환으로, 만성 정맥 부전 증상 중 하나를 말한다.

전흥만 고려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판막은 다리로 내려온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다시 심장 쪽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다리 정맥에는 60여 개의 판막이 있다”면서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의 역류를 막지 못해 피가 몰리게 되고 혈관 팽창을 유발해 혈액 순환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이를 방치하게 되면 종아리 부위 혈관이 마치 지렁이가 기어가듯 울퉁불퉁 불거지게 되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고 붓거나 쥐가 나며 쉽게 피로해지게 된다.

여기서 증상이 악화하면 피부 색소침착, 피부염, 혈관염, 출혈 등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피부궤양까지 유발한다. 심지어 소화불량과 변비도 생길 수 있고, 여성의 경우 호르몬 대사까지 방해해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하지정맥류가 발병했다고 해서 종아리에 지렁이처럼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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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희 이대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판막이 망가져 제구실을 못하게 되면 중력에 의해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혈액을 막지 못해 아래쪽으로 역류하는데, 이 혈액이 정체되면서 다리에 쥐가 나고 아프고 저린 증상 등이 나타난다”며 “튀어나온 혈관이 보이지 않아도 다리가 불편하다면 하지정맥류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정맥류 진단은 초음파 검사를 통해 한다. 통증이 없는 간단한 검사이기 때문에 환자가 병원만 찾는다면 쉽게 진단받고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원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가족력이 있거나 과체중, 임신부, 폐경 전후의 여성,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사람 등에게 잘 생긴다”며 “최근에는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들에게도 많이 발병하는데, 장시간 다리를 꼬고 앉아 있거나 운동이 부족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정맥류는 또 특히 겨울철에 발병 위험 요소가 많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성들이 보온을 위해 신는 부츠나 레깅스 등이 다리를 압박해 혈액과 체액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 실내외 온도차로 인해 혈관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탄력을 잃고 하지정맥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게다가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다리 근력이 약한 것도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전흥만 교수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꽉 조이는 부츠보다 발목 움직임이 편한 신발이 좋다”며 “다리를 자주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앉아 있을 때도 다리 꼬는 자세를 삼가고 잠들기 전 발목에서 무릎을 향해 쓸어 올리듯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정맥류의 치료는 초기에는 적당한 운동과 휴식, 압박스타킹 착용 등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이때 사용하는 압박스타킹은 의료용 압박스타킹이어야 한다.

증상이 심해졌을 경우 역류로 기능을 상실한 대복재 정맥을 제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환자의 혈관 상태에 따라 고위결찰 및 발거술, 국소혈관절제술, 레이저수술, 혈관경화요법 등 다양한 방법을 시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치료법의 발달로 수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다.

전 교수는 “하지정맥류가 간단한 수술로 완치되는 질병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심부정맥혈전증까지 유발하기도 한다”며 “증상이 있을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압박, 운동, 약물, 수술 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복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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