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1등’ 여중생 뇌사…5명 살리고 하늘서 ‘명예졸업장’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27일 09시 38분


갑자기 쓰러진 후 뇌사 상태 빠져
지난 1월 중학교 명예졸업장 수여


집에서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후 뇌사 상태에 빠진 10대 소녀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중학교 3학년을 미처 마치지 못하고 떠난 고인에게 지난 1월 명예졸업장과 모범상이 수여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5월 뇌사 상태였던 故 이예원양(15)이 분당차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27일 밝혔다.

이양은 지난해 4월 집에서 저녁식사 전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이양이 병원에 입원해 뇌출혈 수술받은 지 일주일 후 의료진은 몸의 여러 군데가 안 좋아지고 있고, 곧 심장도 멎을 수 있다고 가족에게 알렸다. 가족들은 평소의 예원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고, 남을 배려하고 돕기를 좋아한 이양이라면 장기를 기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세상에 뜻 깊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 가족들은 기증을 결심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이양은 밝고 쾌활하고,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하는 예의 바른 아이였다. 초등학교부터 반장을 하고 중학교 3학년 때는 반에서 부회장을 하며 지도력을 키웠고, 중학교 2학년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똑똑했고 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 재주가 많았다.

이양은 어릴 때부터 늘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별자리를 보고 설명하는 것을 즐기며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어했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 가르치고 싶어 대학교수를 꿈꿨다.

이양의 학교에서는 중학교 3학년을 미처 마치지 못하고 떠난 이양에게 지난 1월 명예졸업장과 모범상을 수여했다.

이양의 어머니는 “이렇게 갑자기 이별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고, 지금도 제가 없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처음 품에 안았던 따뜻했던 그 순간을 엄마는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 아빠에게 기쁨이었고 행복이었고, 너무 착하고 이쁘게 자라줘서 고맙고 사랑한다”면서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나눠주고 떠났듯 엄마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양의 아버지는 “하늘나라 편지(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 매일같이 편지로 일상을 전하며 딸을 그리워 하고 있다”면서 “예원이에게 새 생명을 얻은 분들이 건강하게 예원이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양의 동생은 언니가 병원에 있는 동안 다시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언니가 좋아했던 것들을 그려주기도 했고, 다시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네 컷 만화를 그리며 이별을 준비했다고 한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즐겁고 행복해야 할 어린아이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든 일인데,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장기 기증에 동의해 주신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며 “이예원 양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잘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증자를 그리워하며 동생이 그린 그림과 떠나간 딸에게 마음을 전하는 어머님의 음성이 담긴 영상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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