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 재판이 5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사법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임 전 차장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임 전 차장은 “대외업무를 수행하며 대응방안을 선제 검토했을 뿐”이라며 검찰이 검토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 검찰 “상고법원 도입 위해 재판 개입…법관들 부속품 전락”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1부(부장판사 김현순 조승우 방윤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헌법상 가치인 법관의 재판독립을 보장하고 신속·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재판 사무를 지원·감독하는 책무를 부여받고 이에 필요한 권한을 위임받은 사법 행정권자”라고 운을 똈다.
이어 “하지만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의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해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판에서 피해자들을 배제한 채 정부와 소통하며 재판에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의원의 사선변호사 역할을 수행하고 위상을 높여가던 헌법재판소 견제를 위해 파견 법관을 정보원으로 이용했다”며 “상고법원 도입 정책을 반대하거나 방해되는 대내외적 비판세력을 탄압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권력 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는 법적분쟁의 최종 판단권자로서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재판 당사자도 아닌 사법부의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떤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세 차례에 걸친 대법원 자체조사 단계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핵심책임자로 지목됐고 이 사건 수사와 재판을 통해 대부분 범죄사실을 기획하고 지시와 실행해 깊게 관여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내용이 담긴 문건들이 피고인 지시로 다수 생산됐고 그런 내용들이 실행에 옮겨졌다”며 “그 과정에서 심의관과 일선 법관들은 사법부 이익 실현을 위한 부속품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권 남용의 핵심 책임자이자 행정처 차장인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 임종헌 “대외업무 수행하며 대응방안 선제 검토했을 뿐”
임 전 차장은 최후 진술에서 “경위야 어떠하든 가장 소중하고 모든 것이었던 사법부가 최근 10여년 동안 사법부의 비극이자 잔혹사라고 평가될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입어 무한한 결과적 책임을 느낀다”고 고개를 숙였다.
임 전 차장은 “변화무쌍한 사법행정과 대외 업무를 수행하면서 당장 대책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발생 가능한 가상의 상황과 상정 가능한 복수의 시나리오 및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업무 스타일을 피고인과 함께 근무한 심의관들이 법정에서 이구동성으로 증언한 바도 있다”며 “그런데도 검찰이 그것을 문제 삼아 그러한 목적으로 작성된 여러 검토 보고서의 작성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은 “존재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재판거래를 사법농단이라는 거창한 프레임 하에 기정사실임을 전제로 시작된 검찰 수사의 배경과 거기 작동한 보이지 않는 음험한 정치적 책략 및 역학관계,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보인 과도한 언론플레이, 검찰 수사로 왜곡된 역사적 진실과 증거조사를 통해 밝혀진 검찰 공소사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사건 진상에 대해 변호인 의견서에서 상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공소장 곳곳에 난무하는 신기루와 같은 허상과 과도한 상상력에 기인한 주관적 추단보다는, 엄격한 형사법상의 증거법칙에 따라 증명되는 사안의 실체를 파악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실장, 차장 등으로 근무하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 일선 재판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내 학술모임을 부당하게 축소하려 한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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